'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의 서울 편으로 저자는 조선왕조의 상징적 문화유산인 종묘를 시작으로 창덕궁, 창덕궁 후원, 창경궁을 구석구석 살피며 조선 건축의 아름다움, 왕족들의 삶과 애환, 전각마다 스민 사연들을 풀어낸다.
따로 공부하지 않아도 우리 역사를 한눈에 읽고 배울 수 있을 만큼 거대 도시 서울의 문화유산을 섬세하고 날카로운 통찰로 그려냈다. 유홍준의 '답사기'가 문화교양서로 오랜 시간 사랑받는 이유다.
서울에 대한 방대한 정보와 내밀한 사정들을 능숙하게 버무리며 독자들이 문화유산들을 다양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단순히 건축물을 보는 기행이 아닌 공간의 내력, 그곳에 머물렀던 사람들의 이야기로 좀 더 밀도 높은 답사를 제공한다.
창경궁은 법궁으로 위상도 없고, 덕수궁 같은 별격도 없다. 하지만 저자에 의해 재구성된 창경궁은 어느 궁궐보다 특색 있고 매력이 넘친다. 장희빈 사건과 사도세자의 죽음 등 굵직한 역사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더해지면서 엄숙함과 친근함이 어우러진 창경궁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중에 독자들은 정원 건축의 미학에 눈을 뜨게 된다.
'서울 편'은 앞으로 셋째, 넷째 권이 예정되어 있으며 셋째 권에서 인사동, 북촌, 서촌, 성북동 등 묵은 동네들을, 넷째 권에서는 한강과 북한산 이야기를 담을 예정이다.
미국판 흙수저라고 할 수 있는 힐빌리 출신의 저자 J. D. 밴스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의 전도유망한 젊은 사업가가 되기까지 삶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미국의 쇠락한 공업 지대인 러스트벨트 지역에 속하는 오하이오의 철강 도시 출신의 저자. 어머니는 약물 중독자고 아버지는 양육권을 포기했다. 할머니 할아버지에 의해 자랐는데 조부모는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으로 이들의 조상은 대게 남부의 노예경제 시대에 날품팔이부터 시작해 소작농과 광부를 거쳐 최근에는 기계공이나 육체노동자로 살아왔기에 "가난은 우리 집안의 전통이다"고 말한다.
'백인 쓰레기(white trash)'로도 불리는 힐빌리에 대한 저자의 감정은 애정과 자부심, 수치심으로 복잡하다. 대부분의 고향 사람들은 마약에 의존해 살아간다. 밴스는 이런 가난을 '학습된 무기력'에서 찾으며 신랄하게 비판한다.
인간의 아픔과 슬픔에 대한 고찰을 감각적인 표현으로 서술해온 일본 작가 덴도 아라타의 12번째 소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뒤 5년이 가까워지는 후쿠시마를 배경으로 방사능 노출 위험성이 높은 바다로 한 다이버가 잠수한다. 가라앉은 삶의 소중한 흔적을 건져 올리기 위한 것으로 유족들의 의뢰를 받아 이 일을 하는 주인공 역시 부모님과 형을 쓰나미에 잃은 인물이다. 살아남은 사람들과 산 자와 죽은 자의 관계, 죽음을 받아들이는 문제, 기억의 문제에 집중해 언어화하기 어려운 복잡한 감정을 꼼꼼하게 추적한다.
저자는 "사람이나 카메라가 들어갈 수 없는 특수한 구역 안을 들여다볼 수 있는 것은, 상상력으로 독자의 내면에 이미지를 맺게 하는 소설뿐이라는 생각이 이 이야기를 쓰게 된 강력한 동기였다. 출입 금지 구역이란 현실의 장소일 뿐 아니라 인간 마음속 아주 깊은 곳이기도 하다"고 전한다.
제프리 유제니디스는 두 권의 장편소설로 퓰리처상을 비롯해 수많은 문학상을 받으며 '미국 최고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책은 2011년 세 번째로 발표한 작품이다.
대학 총장을 역임한 아버지를 둔 명문 브라운대 영문과 여학생 매들린, 빛나는 지성과 남성적 매력을 가지고 있지만, 알코올 중독인 부모님 밑에서 불안하게 자란 공대생 레너드, 그리고 매들린을 짝사랑한 모범생 미첼 등 젊은이의 삼각관계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작가는 반전과도 같은 결말 부분을 통해 이 시대에 과연 결혼이 가능한지 의문을 제기한다. 전통 소설 속에서와 같은 낭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사회, 정해진 관습대로 정해진 신분대로 살며 사랑만 얻으면 되었던 과거와는 달리 미래에 대한 확신도, 타인에 대한 확신도 부족한 현대에서 결혼은 거의 불가능한 일이 되어 버린 것이 아닐까 하는 씁쓸한 단상을 남긴다. 결국 '결혼은 사랑의 아름다운 결실'이 아님을 드러내는 인물을 통해 사랑과 결혼의 의미를 되새기는 성장소설이다.
시대의 흐름을 잘 반영하며 출간되자마자 미국 아마존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가디언'·'워싱턴포스트'·'살롱'·NPR이 꼽은 올해의 책에 선정됐다. '살롱' 소설상까지 받으면서 독자와 평단의 극찬을 받았다.
20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한 권으로 읽는~' 시리즈의 마침표를 찍는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역사 세계의 문턱을 넘어서게 해주는 대장정이었다.
한 권으로 읽는 일제강점실록'은 1875년부터 1945년까지의 거시사와 미시사를 아우른다. 열강 제국주의라는 시대적 배경부터 독립운동가와 친일파, 그리고 그들을 둘러싼 사건 등이 상세하게 설명돼 있다. 실록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유다.
다원적인 서술 방식을 택하면서 다양한 사건들을 소개하는데 1931년 조선일보의 오보에서 비롯된 중국인 학살 사건(완바오산 사건), 1932년 일본 상인들의 전복 헐값 매입에 저항한 제주 해녀 경찰 주재소 습격 사건 등은 여느 대중 역사서에선 찾아보기 어려운 이야기들이다.
또 11명의 일본 통감 및 총독에 대해서도 자세하게 다뤘는데 제1대 통감인 이토 히로부미부터 제9대 총독인 아베 노부유키까지. 한 명 한 명의 유년 시절, 사상, 이력 등을 면밀하게 분석한다. 이를 통해 당시 전반적인 사회 분위기가 어땠는지, '유화' 정책의 이면에는 어떤 생각들이 도사리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저자는 "집에 강도가 들었다고 집주인이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다"며 "한국인이 지난 식민의 역사에 대해 스스로 지지하고 격려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역사를 잘 알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MBN 문화부 이상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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