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이야기도 그녀의 노래도 그리고 심지어 꽉 찬 연습 스케줄조차도 즐거워요.”
윤공주(35)에게 빼곡한 스케줄은 ‘내가 주인공이구나’를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이다. 인터뷰 내내 ‘재밌어요’라는 말을 수없이 반복했다. 함박웃음이 얼굴에서 떠나질 않았다.
뮤지컬 ‘아이다’는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와 이집트 파라오의 딸 암네리스 그리고 이들에게 동시에 사랑받는 이집트의 장군 라다메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주인공 아이다는 사랑과 조국 사이에서 갈등하는 망국의 공주다. 뮤지컬 ‘아이다’가 4년 만에 돌아온다. 치열한 오디션을 거쳐 아이다로 선발된 배우 윤공주를 지난 18일 한전아트센터 연습실에서 만났다.
윤공주는 2005년 초연 때 아이다 앙상블로 오디션에 참가했으나 최종 탈락했다. 이후 암네리스 역으로 다시 도전했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그런 그녀가 11년 후 아이다로 무대에 선다.
“아이다는 흑인의 파월풀함을 가져야 한다는 편견이 있었어요. 또 너무 큰 역이라 생각했어요. 제 목소리는 고운 쪽이라 암네리스 넘버를 소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그녀가 아이다에 도전하게 된 건 주변의 조언이었다. “‘아리랑’을 본 분들이 ‘너에게는 숨겨진 한이 있다. 너는 암네리스보다는 아이다다’라고 하셔서 용기를 내 도전했고 이렇게 기회가 왔죠.”
아이다도 윤공주도 공주인데 어쩐지 공주 같지가 않다. 그녀는 “연습을 하다 보니 아이다는 저랑 성격이 똑같아요”라고 말했다. 아이다는 ‘천방지축 이잖아요’라고 물으니 “천방지축. 그 단어가 딱 맞아요”라며 박수를 쳤다. “어린시절 시골에서 자라 사슴벌레 잡으러 온동네 쏘다니던 말괄량이였거든요. 아이다처럼 자연을 사랑하고 모험을 좋아하죠. 아이다를 표현할 때도 이런 저와 아이다의 성격을 살리려고 노력해요”라고 말했다.
아이다는 사랑과 희생을 겪으며 누비아의 공주로 성장한다. 윤공주는 어떻게 당당히 대극장 무대에 서는 주연배우로 성장했을까. “무식했죠.” 그녀는 “시골에서 자라 뮤지컬의 ‘뮤’자도 몰랐어요. ‘최고의 배우가 돼야지’ 라는 뚜렷한 목표를 가졌다기보다는 무식하게 계단을 오르고 오르다보니 이 자리에 왔어요”라고 회고했다.
“오디션이 있으면 오디션을 봤고, 연극스텝 자리가 나면 무조건 했어요. 눈앞에 계단이 있으면 일단 발부터 올리고 봤죠. 다만 계단을 오르려면 엄청난 노력이 필요 했어요.” ‘사랑을 비를 타고’에서 미리 역을 맡았을 때 노래 실력이 부족하다 생각 돼 연습실에서 1시간, 집에서 1시간 매일 추가 연습을 했다. 배우 윤석화의 ‘꽃밭에서’ 무대에 조연으로 서게 됐을 당시 춤을 춰 본적이 없었던 그녀는 새벽 여섯 시 반에 기상해 연습실에 누구보다 먼저 도착해 몸을 풀며 10시 연습을 기다렸다. 그렇게 그녀는 각 계단을 오르기 위해 필요한 춤을, 노래를, 연기를 누구로부터 배운 게 아니라 무한 반복해 스스로 익혔다. “재미있으니깐 무식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는 일이 직업이란 게 가장 큰 축복이었죠.”
눈앞에 계단을 차근차근 오른다. 일견 쉬워 보이지만 이 또한 엄청난 재능이다. 뮤지컬 배우로서의 장점을 묻자 ‘체력과 무식하게 튼튼한 성대’를 꼽았다. ”사실 체력은 정말 최고인 것 같아요, 예전에는 100번씩 노래해도 성대가 아무렇지 않았어요”라며 웃었다.
그녀가 아이다에서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Easy as life (삶 만큼 쉽다)’다. “삶이 쉽나요, 쉽지 않죠. 그런데 사랑을 포기하는 것도 삶처럼 쉽다는 말이 역으로 정말 어렵다는 걸 말해주죠. 아이다는 이 넘버를 통해 마음을 다잡고 신 앞에서 당차게 주장해요. 할 수 있냐 없냐를 떠나서 이런 느낌이예요. ‘내가 못 할 것 같아? 일단 두고봐!’” 11월 6일부터 3월 11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02)577-1987.
[김연주 기자 / 사진 = 김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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