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인생동안 50권의 과학책을 더 쓰는 게 목표입니다.”
이종호 한국과학저술인협회장(69)이 최근 과학도서 100권 출판 기념회를 가졌다. 같은 길을 걷는 후배들이 그의 열정과 노고를 기리고자 행사를 마련했다. 20여 년간 책을 썼으니 1년에 4~5권씩은 꾸준히 낸 셈이다.
이 회장은 대한민국미술전람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을 만큼 미술에도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그는 “그냥 쓰다 보니 어느 새 100번째 책까지 쓰게 됐지요”라며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금세 “과학의 뛰어난 점은 꾸준히 이론이 발전한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지식을 그대로 둘 순 없지요. 이것이 바로 계속 과학책을 쓰고 대중들에게 알리는 이유입니다” 라며 진지해졌다.
이 회장은 스스로를 ‘삐딱한 사람’ 이라고 말한다. 평생 단 한번도 휴대폰을 사용한 적이 없어 주변 사람들을 난감하게 만들기도 하고, ISBN 기록이 남아있지 않으면 본인이 낸 책에 포함하지 않는다며 꼬장꼬장한 면모를 보인다. 동시에 미래창조과학부의 과학컨설턴트로 학교 현장에서 청소년들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을 이야기할 땐 소년과 같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프랑스 뻬르피냥대학에서 열역학에너지 연구로 과학국가박사 학위를 받고 1982년 과학기술처 해외유치과학자로 귀국하기 전 그의 국내 첫 직장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였다. 당시 한국은 미국 독립기념일 200주년을 맞아 에밀레종 복제본을 선물로 준비중이었고 그 작업을 KIST에서 담당하게 됐다.
“신라인들이 어떻게 저리 큰 종을 만들 수 있었을까 궁금했습니다. 밤을 새워가며 열심히 자료들을 찾았지만 아쉽게도 그 때는 이와 관련된 책이나 논문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안타까웠죠. 이후 사람들이 궁금해 할 만한 과학적 지식이나 배경에 대해 책을 써야 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이 회장이 본격적으로 과학책에 관심을 갖고 과학 서적 저술활동에 나서게 된 배경이다.
“저는 이휘소, 우장춘, 이태규, 이호왕 박사 그리고 월북한 리승기 박사를 한국이 낳은 천재 과학자로 꼽습니다. 이휘소, 우장춘 이태규 박사는 지금까지 살아있다면 분명 노벨상을 탔을 과학자들입니다. 현재 생존하는 과학자로는 한탄바이러스를 발견한 이호왕 박사뿐이죠. 저는 이 분들의 업적을 재조명하는 일을 저의 과제로 생각합니다. 물론 책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지만 그래도 힘이 닿는 데까진 쓰고 싶습니다.”
칠순을 바라보는 노 과학자의 열정은 이렇듯 차고 넘쳤다. 하지만 100권의 책을 쓴 과학자에게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고민이 묻어나온다. “요즘에는 인터넷으로 검색만 하면 모든 지식이 다 나오는 시대입니다. 이들을 뛰어넘을 수 있는 경쟁력은 바로 비하인드 스토리, 그리고 실생활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컨텐츠에 있습니다. 최대의 경쟁자는 바로 클릭만 하면 나오는 정보들입니다.”
이 회장은 100권의 책을 낸 ‘달인’ 이지만 그 다음 책에 대한 생각을 멈추지 않았다. ‘힘 닿는데까지’ 150권의 책을 쓰겠다는 꿈이 머지않은 순간에 현실이 될 것 같다.
[이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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