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금빛나 기자] ‘진짜 예술’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퇴색하지 않는다. 연극도 마찬가지다. 오랜 세월 연극이라는 한길(One 路)을 걸어온 원로(元老)들이 작품으로 이 시대 젊은 관객들과 다시 만나 호흡하기 위해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 나섰다.
한국 연극의 역사와 의미를 짚고, 명작 시리즈를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림으로써 대학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자 기획된 ‘원로 연극제’의 기자간담회가 19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진행됐다.
‘원로 연극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김정옥의 ‘그 여자 억척 어멈’ 오태석의 ‘태(胎)’ 하유상의 ‘딸들의 연인’ 천승세의 ‘신궁’ 총 네 작품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천승제 작가를 제외하고,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김정옥, 오태석, 하유상 3명의 원로들은 저마다 작품의 탄생 과정과, 오랜만에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게 됨에 대한 기대와 흥분, 연극에 대한 애정 등을 표했다. 때로는 주어진 응답시간을 넘기기도 하고, 한 번 붙잡은 마이크를 놓지 않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도 ‘원로 연극제’에 대한 짙은 애정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극단 목화의 단원이자 ‘태’를 통해 ‘원로 연극제’에 참여하게 된 배우 손병호는 “감히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원로연극제’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극단들이 온 길자취, 발자취도 한 번 조명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다”며 “발자취를 무시하면 안된다. ‘원로연극제’처럼 우리 한국의 극단이 걸어온 길을 이번 계기를 통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그 여자, 억척어멈’(6월3일~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그 여자 억척 어멈’은 김정옥의 경험이 녹아든 작품이다. 김정옥은 “제가 20대 때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을 보고 굉장한 감동과 공감으로 연출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1950~60년대는 브레히트가 공산주의 시대의 작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올릴 수 없는 시대였고, 최종 연습까지 하다가 검열에서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끝내 무대에 올릴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 같은 김정옥의 경험은 1951년 한국전쟁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 역의 이야기를 다루는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으로 다시 탄생했다.
1997년 여배우 박정자가 ‘학전’ 소극장에서 한 달 넘게 초연하며 주목을 받은 ‘그 여자 억척어멈’은 이후 일본 삼백인 극장(三百人劇場)이 주최한 ‘아시아 연극제’에 참가, 호평을 받으며 한 달 간 일본 전국을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그 해의 ‘베스트 5’로 ‘그 여자 억척 어멈’을 추천하기도 했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그 여자 억척어멈’으로 ‘원로 연극제’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김정욱은 “모노드라마라는 것이 연출자로서 좋은 배우를 만나야 하는데 마침 주위에서 배혜선이 노래와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추천하더라. 좋은 배우를 만나서 다시 한 번 뭔가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소규모이면서 6.25전쟁과 같이 그 시대를 이야기 하는 작품으로 ‘그 여자 억척어멈’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 시대를 증언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점,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연극이라는 생각에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여자 억척 어멈’에서 1인4역을 연기하게 된 배혜선은 극에서 억척어멈을 연기하는 북한 여배우 배수련이 되기도 하고, 2016년 ‘그 여자 억척 어멈’을 연기하는 배우 배혜선이 되기도 한다. 본 공연에 앞서 쇼케이스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혜선은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인생을 배우고 한국 연극의 역사의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공유하고, 따라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연기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 ‘태(胎)’ (6월3일~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그 여자 억척어멈’과 비슷한 시기 공연되는 ‘태’는 1974년 초연 이후 끊임없이 무대화 된 작품으로 한국 현대 희곡 중에 손꼽히는 명작 중에 하나이다.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역사극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군주란 무엇인지, 왜 역사는 의를 지키려는 젊은이들의 피를 끊임없이 요구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힘은 얼마나 강인한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절실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9년 만에 무대에 오르게 된 오태석은 “쉽게 남에게 휩쓸리고, 다수에 속해야만 견딜 수 있는 세상에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태’에 출연하는 성지루는 “연극제 제목이 원웨이 연극제, 원로다. 오히려 ‘청춘 연극제’로 가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다. 선생님들이 하고 싶은 말씀, 더 알려주고 싶은 말씀이 많은걸 보면 ‘청춘 연극제’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극단에 있으면서 항상 부름이 있을 때마다 내 일 외로 항상 첫 번째가 극단이었다. 이번에도 선생님이 ‘와’라고 해서 ‘네’ 하고 왔다”고 말했다.
◇ ‘딸들의 연인들’(6월4일~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세 번째 작품은 일제의 해방과 6.25전쟁이라는 시대의 어두움 속 ‘자유연애’라는 소재를 다룬 가족 코믹극 ‘딸들의 연인들’이 관객들과 만난다. 하유상은 처음 대본을 집필할 때의 제목이었던 ‘딸들의 연애’에서 195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 당시 제목이었던 ‘딸들 연애 자유를 구가하다’로 바뀌고, 지금의 ‘딸들의 연인’으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딸들의 연인’은 딸들의 ‘자유연애’를 말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2016년 ‘딸들의 연인’을 연출하게 된 구태환은 “이 작품은 유쾌하고 그 당시 사회상이 암울했지만 위안거리를 줄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원작을 잘 분석해서, 그 당시 우수한 희곡이 있었고 공연됐다는 것을 잘 보증하고 싶다. 60년이 지나서 다시 공연한다면 지금의 관객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신궁’(6월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원로 연극제’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작품은 ‘신궁’이다. ‘신궁’은 어촌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영세어민들의 실상을 그린 작품이다. ‘신궁’에서 보여주는 무속과 들려주는 토속적인 방언은 민중에의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온 천승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시 한 번 드러낼 전망이다.
‘신궁’을 연출하게 된 박찬빈은 “천승제 선생님은 늘 ‘예술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예술을 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연극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신궁’ 속 배우와 인물이 만나고, 6월 달 공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작품 속 영혼들이 그 오늘날 만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한국 연극의 역사와 의미를 짚고, 명작 시리즈를 다시 한 번 무대에 올림으로써 대학로 본연의 모습을 찾아가고자 기획된 ‘원로 연극제’의 기자간담회가 19일 서울 종로구 나인트리컨벤션에서 진행됐다.
‘원로 연극제’에서 선보이는 작품은 김정옥의 ‘그 여자 억척 어멈’ 오태석의 ‘태(胎)’ 하유상의 ‘딸들의 연인’ 천승세의 ‘신궁’ 총 네 작품이다.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한 천승제 작가를 제외하고, 오랜만에 마이크를 잡은 김정옥, 오태석, 하유상 3명의 원로들은 저마다 작품의 탄생 과정과, 오랜만에 작품으로 관객과 만나게 됨에 대한 기대와 흥분, 연극에 대한 애정 등을 표했다. 때로는 주어진 응답시간을 넘기기도 하고, 한 번 붙잡은 마이크를 놓지 않기도 했지만, 그 속에서도 ‘원로 연극제’에 대한 짙은 애정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극단 목화의 단원이자 ‘태’를 통해 ‘원로 연극제’에 참여하게 된 배우 손병호는 “감히 부탁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런 ‘원로연극제’가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 그리고 극단들이 온 길자취, 발자취도 한 번 조명할 필요가 있지 않겠나 싶다”며 “발자취를 무시하면 안된다. ‘원로연극제’처럼 우리 한국의 극단이 걸어온 길을 이번 계기를 통해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드러냈다.
◇ ‘그 여자, 억척어멈’(6월3일~17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그 여자 억척 어멈’의 김정옥 작연출가, 사진=정일구 기자
‘그 여자 억척 어멈’은 김정옥의 경험이 녹아든 작품이다. 김정옥은 “제가 20대 때 브레히트의 ‘억척어멈’을 보고 굉장한 감동과 공감으로 연출해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1950~60년대는 브레히트가 공산주의 시대의 작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올릴 수 없는 시대였고, 최종 연습까지 하다가 검열에서 불가 판정을 받으면서 끝내 무대에 올릴 수가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 같은 김정옥의 경험은 1951년 한국전쟁 1·4후퇴 때 남쪽으로 내려온 북한 여배우 배수련 역의 이야기를 다루는 모노드라마 ‘그 여자 억척어멈’으로 다시 탄생했다.
1997년 여배우 박정자가 ‘학전’ 소극장에서 한 달 넘게 초연하며 주목을 받은 ‘그 여자 억척어멈’은 이후 일본 삼백인 극장(三百人劇場)이 주최한 ‘아시아 연극제’에 참가, 호평을 받으며 한 달 간 일본 전국을 순회공연을 하기도 했다. 일본의 아사히신문은 그 해의 ‘베스트 5’로 ‘그 여자 억척 어멈’을 추천하기도 했다.
많은 작품 중에서도 ‘그 여자 억척어멈’으로 ‘원로 연극제’에 참여한 이유에 대해 김정욱은 “모노드라마라는 것이 연출자로서 좋은 배우를 만나야 하는데 마침 주위에서 배혜선이 노래와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배우라고 추천하더라. 좋은 배우를 만나서 다시 한 번 뭔가 관객과 호흡을 같이 할 수 있는 연극을 만들어보고 싶었다”며 “소규모이면서 6.25전쟁과 같이 그 시대를 이야기 하는 작품으로 ‘그 여자 억척어멈’만한 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한 시대를 증언하는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점, 그리고 잊어서는 안 되는 우리의 연극이라는 생각에 선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 여자 억척 어멈’에서 1인4역을 연기하게 된 배혜선은 극에서 억척어멈을 연기하는 북한 여배우 배수련이 되기도 하고, 2016년 ‘그 여자 억척 어멈’을 연기하는 배우 배혜선이 되기도 한다. 본 공연에 앞서 쇼케이스를 통해 강렬한 인상을 남긴 배혜선은 “뭔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닌 인생을 배우고 한국 연극의 역사의 발자취를 들여다보고, 공유하고, 따라갈 수 있는 시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연기에 임하는 각오를 전했다.
◇ ‘태(胎)’ (6월3일~12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태’의 오태석 작연출가, 사진=정일구 기자
‘그 여자 억척어멈’과 비슷한 시기 공연되는 ‘태’는 1974년 초연 이후 끊임없이 무대화 된 작품으로 한국 현대 희곡 중에 손꼽히는 명작 중에 하나이다. 계유정난으로 정권을 잡은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의 왕위를 찬탈하는 사건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이 작품은 단순히 역사극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군주란 무엇인지, 왜 역사는 의를 지키려는 젊은이들의 피를 끊임없이 요구하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명의 힘은 얼마나 강인한지,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절실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9년 만에 무대에 오르게 된 오태석은 “쉽게 남에게 휩쓸리고, 다수에 속해야만 견딜 수 있는 세상에서 ‘나를 회복하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는 생각에 이 작품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태’에 출연하는 성지루는 “연극제 제목이 원웨이 연극제, 원로다. 오히려 ‘청춘 연극제’로 가면 어땠을까 생각도 해봤다. 선생님들이 하고 싶은 말씀, 더 알려주고 싶은 말씀이 많은걸 보면 ‘청춘 연극제’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며 “극단에 있으면서 항상 부름이 있을 때마다 내 일 외로 항상 첫 번째가 극단이었다. 이번에도 선생님이 ‘와’라고 해서 ‘네’ 하고 왔다”고 말했다.
◇ ‘딸들의 연인들’(6월4일~12일,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
‘딸들의 연인들’의 하유상 작가, 사진=정일구 기자
세 번째 작품은 일제의 해방과 6.25전쟁이라는 시대의 어두움 속 ‘자유연애’라는 소재를 다룬 가족 코믹극 ‘딸들의 연인들’이 관객들과 만난다. 하유상은 처음 대본을 집필할 때의 제목이었던 ‘딸들의 연애’에서 1957년 국립극장에서 초연 당시 제목이었던 ‘딸들 연애 자유를 구가하다’로 바뀌고, 지금의 ‘딸들의 연인’으로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딸들의 연인’은 딸들의 ‘자유연애’를 말하는 작품은 아니라고 재차 강조했다.
2016년 ‘딸들의 연인’을 연출하게 된 구태환은 “이 작품은 유쾌하고 그 당시 사회상이 암울했지만 위안거리를 줄 수 있었던 작품”이라며 “원작을 잘 분석해서, 그 당시 우수한 희곡이 있었고 공연됐다는 것을 잘 보증하고 싶다. 60년이 지나서 다시 공연한다면 지금의 관객에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신궁’(6월17~26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신궁’의 박찬빈 연출, 사진=정일구 기자
‘원로 연극제’에서 마지막으로 선보이는 작품은 ‘신궁’이다. ‘신궁’은 어촌 무당 왕년이를 통해 악덕 선주와 고리대금업자에게 시달리는 영세어민들의 실상을 그린 작품이다. ‘신궁’에서 보여주는 무속과 들려주는 토속적인 방언은 민중에의 삶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지속적으로 표출해 온 천승세 작가의 작품세계를 다시 한 번 드러낼 전망이다.
‘신궁’을 연출하게 된 박찬빈은 “천승제 선생님은 늘 ‘예술은 사람이 하는 것이다. 예술을 하기 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는 말씀을 하셨다”며 “연극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거라고 생각한다. ‘신궁’ 속 배우와 인물이 만나고, 6월 달 공연에서 관객을 만나고, 작품 속 영혼들이 그 오늘날 만나는 시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전했다.
금빛나 기자 shinebitna917@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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