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투어 소극장 콘서트를 앞둔 에피톤 프로젝트를 만났다. 차세정(32)의 1인 밴드 에피톤 프로젝트는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감성적인 음악을 만들어 노래한다. 곡의 분위기나 객원보컬의 참여 방식 등이 닮아서 ‘제2의 토이’로 불리기도 한다. 지금까지 3장의 정규 앨범과 4장의 EP 음반을 냈고, 이승기 등 여러 가수의 음반을 프로듀싱하고, 슈퍼주니어에게 곡을 주기도 했다.
“저는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요. 제가 만든 노래를 제가 잘 아니까 부르기도 하는 거죠. 공연하는 2시간 동안 관객이 최대한 제 노래에 집중하게 하려고 6개월 동안 준비했습니다.”
에피톤 프로젝트는 2008년 데뷔 이후 미디어 노출을 자제해왔다. 방송에 출연한 횟수도 손에 꼽는다. 그래서 낯가림이 심한 아티스트를 만나리라 예상했지만 실제 만나본 그는 달랐다. 시종일관 밝게 웃는 그는 개구쟁이 소년 같았다.
“예전엔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것에 대한 공포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젠 음악을 만들었으면 제 음악을 사랑해주는 관객을 찾아 나설 의무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그는 작년 여름 ‘장마’를 주제로 한 달 간 소극장 콘서트를 열어 큰 사랑을 받았다. 그래서 연초부터 다시 한 번 소극장 콘서트를 마련했다. 2월 26일부터 3월 20일까지 서울 꿈의숲 아트센터 퍼포먼스홀에서 열리는 소극장 콘서트의 주제는 ‘이른, 봄’. 봄은 그가 만든 음악들의 정서이면서 그가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그는 2008년에 만든 연주곡 ‘봄날, 벚꽃, 그리고 너’로 여심을 자극하는 감성적인 에피톤표 음악의 시작을 알렸다.
“예전보다 공연에 오시는 분들의 연령과 성별이 다양해졌어요. 엄마와 딸이 함께 오시기도 하고 남자들끼리 오신 적도 있어요. 공연은 음반의 연장선상이라고 생각해요. 단순히 노래하는 공연이 아닌 하나의 스토리로 만들어지는 공연을 준비 중입니다.”
그는 서울 공연이 끝나면 제주를 비롯한 전국 각지로 무대를 옮겨 소극장 콘서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유실물 보관소’, ‘낯선 도시에서의 하루’, ‘각자의 밤’ 등 그는 음반을 만들 때마다 새로운 시도를 했다. 특히 3집 ‘각자의 밤’은 오케스트라에 강한 비트까지 가장 큰 변화를 준 앨범이었다. 차기 음반에서도 그는 변화를 구상하고 있을까?
“뮤지션은 매번 변화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같은 걸 또 하고 있구나 이런 생각이 들면 부끄러워져요. 그렇게 만든 음악은 당연히 듣는 사람도 지겨워하지 않을까요? 지금은 새 음반을 만들기 위해 제 안을 차곡차곡 채워가는 중입니다.”
에피톤 프로젝트 음악은 듣자마자 이미지가 떠오르는 음악이다. 그만큼 감각적이어서 그는 ‘하이드 지킬, 나’, ‘이혼변호사는 연애중’ 등의 드라마 OST를 작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의 음악이 영화에 쓰인 적은 없다.
“영화음악은 저도 하고 싶은데 이상하게 연락이 없네요. 제가 소프트한 음악만 할 거라는 편견이 있어서 저한테 음악을 안 맡기나봐요. 그런데 저 액션이나 스릴러 영화음악도 잘할 수 있어요. (웃음) 가끔 영화를 전공하는 학생들이 제 음악 쓰고 싶다는 연락을 해오는데 저는 무조건 동의해줍니다. 그들이 나중에 유명한 감독이 되면 꼭 제 음악을 써주면 좋겠어요. (웃음)”
가슴을 아릿하게 만드는 에피톤 음악이 의외로 야한 영화에 잘 어울릴 것 같다고 농담을 건네자 그는 맞장구를 치며 답했다.
“아주 야한 장면에 아슬아슬하게 깔리는 퓨전 재즈도 잘 만들 자신 있어요. (웃음) 어떤 영화든 맡겨만 주세요.”
마지막으로 그에게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음악이 뭔지 물었다.
“데뷔 전 엄마가 음악하는 것을 반대하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네가 노사연의 ‘만남’ 같은 곡을 만들면 인정해줄게.” 그땐 몰랐는데 나중에 그 노래를 다시 들어보니 참 좋더라고요. 좋은 곡은 그런 것 같아요. 누구나 쉽게 흥얼거릴 수 있는 멜로디와 가사, 그러면서도 사람들이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고 있죠. 저도 언젠가 그런 곡을 만들고 싶습니다.”
[글 / 사진 = 양유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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