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본’의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 교수(44)의 신작 ‘신자본론’(글항아리)가 나왔다. 피케티 교수가 2004년부터 2015년 프랑스의 리베라시옹에 연대한 칼럼을 묶어낸 경제에세이집이다.
출세작 ‘21세기 자본’이 학문적으로 자본주의의 동력을 밝히고 불평등을 극복할 대안을 제시했다면, 이번 책은 현실세계에 밀착해 조세, 금융, 통화 등 경제학적 이슈는 물론 정당정치, 사회보장, 고용문제, 교육제도 등 사회 전반에 걸친 의견을 두루 포괄해 담았다.
프랑스 내부 현안에 관해서는 조세제도의 개혁을 주장하며, 사르코지 정부의 상속세 완화 정책부터,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근로 장려금 정책까지 좌우파를 가리지 않고 비판의 펜끝을 겨눈다.
이 책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그리스 사태를 낳은 ‘유럽연합의 위기’에 관한 진단이다. 그리스 사태를 유로전 차원에서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이유에 대해 피케티는 유로존의 강대국들, 특히 독일과 프랑스의 위선적인 정책 탓이 크다고 진단한다. 2014년 칼럼에서 그는 “경기후퇴와 긴축재정을 가져와 그리스를 사지로 몰아넣은 2012년 예산조약을 독일과 프랑스가 앞장서 가결한 것은 편협한 이기주의에 불과하다”고 꼬집는다. 독일과 프랑스는 과거 인플레이션과 단순한 부채 상환 거부를 통해 채무를 소멸시켰으면서도 그리스를 향해서는 최후의 1유로까지 갚아야 한다고 가혹한 빚독촉에 나섰다는 것이다.
피케티는 흔들리는 유럽연합을 지탱시켜줄 해법으로 통화동맹을 정치·재정동맹으로 격상시키자고 제안한다. 또 공공부채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한편 각 국가의 예산을 강력하고 합법적인 연방 정책기관에 위임하는 ‘유럽연방제’를 만들자고 제안한다. 유로존의 공적 채무를 공동으로 관리하는 유로본드를 발행하고, 다국적기업의 법인세 포탈을 감시하는 ‘유럽 상원’의 창설도 피케티가 누누이 강조하는 구조 개혁의 핵심이다.
10여년에 걸쳐 세계경제를 뒤흔든 여러 사안에 관한 피케티의 구체적 의견을 엿볼수 있는 책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구조적 불평등을 개선하고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한 사회 개혁이 필요하고 줄기차게 주장한다. 원제는 ‘유럽을 구할 수 있을 것인가?(Peut-on sauver l‘Europe?).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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