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파트 분양 시장을 얼어붙게 했던 동장군도 따뜻한 봄바람은 막을 수 없었나 봅니다. 영등포구 양평제12구역을 재개발해 들어서는 ‘영등포자이 디그니티’는 지난 달 7일 진행한 1순위 청약에서 일반공급 98가구 모집에 1만9,478명이 몰리며 평균 198.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3,411만원으로 전용59㎡는 8억 5천만 원대, 84㎡는 11억 5천만 원대였는데도 경쟁률은 높았고, 예비당첨자 계약에서 ‘완판’에 성공했습니다.
지난달 9일 분양한 서울 은평구 역촌동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시그니처’ 역시 일반공급 214가구 모집에 2,430명이 신청해 1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고, 서울 동대문구 휘경3구역 재개발인 ‘휘경자이디센시아’ 1순위 청약에도 1만7,013명이 몰렸습니다. 329가구 모집으로 평균 경쟁률이 51.7대 1에 달하자 이문휘경 뉴타운 사업지 주민들은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이문휘경 뉴타운은 이 아파트를 시작으로, 이문1구역(래미안 라그란데), 이문3구역(이문아이파크자이) 등 약 9,000가구가 공급될 예정인데, 예정대로 분양에 나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서울아파트 분양이 살아난 건 역시 정부가 과감하게 청약규제를 완화한 덕입니다. 중도금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분양가 기준을 9억 원에서 12억 원으로 완화했다가 아예 없앴고, 인당 최고 5억 원으로 제한됐던 중도금 대출 한도도 사라졌습니다. 수도권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제한 기간도 최장 10년에서 최대 3년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청약에 당첨된 1주택자가 기존주택을 처분해야 할 의무도 사라졌습니다.
문제는 지방입니다. 경기부진과 여전히 고공행진 중인 금리로 수요가 정상 회복되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가 대거 풀리자 이른바 ‘돈’이 되는 서울로만 쏠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에선 높은 미달률을 기록하며 완판에 실패하는 단지가 쌓이고 있습니다. 경기 화성시 신동 ‘e편한세상 동탄파크아너스’와 부산 남구 우암동 ‘두산위브더제니스오션시티’, 인천 서구 오류동 ‘왕길역금호어울림에듀그린’ 등 7개 단지는 모두 경쟁률이 1대1을 넘지 못했습니다. 미분양 물량이 가장 많은 곳은 대구광역시인데, 지난 2월 기준 1만3,987가구로 21년 12월 1,977가구 대비 1년 2개월 만에 700% 이상 급증했습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도 952가구로 전달(277가구)에서 3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자료 : 국토교통부
지방 사업장들엔 발등의 불이 떨어졌겠죠? 중도금 무이자는 기본이 되는 분위기고, 분양가 할인, 발코니 무료확장, 계약금이 부족하면 대출도 알아봐 주고 이자도 지원합니다. 계약과 동시에 축하금을 주거나, 잔금 때 계약자가 해지를 원하면 연 5% 이자를 붙여 계약금을 돌려주겠다는 곳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쉽지가 않다는게 지방 사업장들의 하소연입니다. 지방은 서울처럼 집값이 높지 않아 분양가를 조정할 여력이 크지 않은데다 시장이 괜찮을 때 잡아서 택지비가 만만치 않고 자재비도 급등했기 때문이죠. 할인분양을 해도 여전히 급락한 주변 시세보다 높으니 지방 수요자들 역시 집값상승 가능성이 높은 서울로만 달려가고 있다는 겁니다.
서울과 지방은 체격 자체가 다른데 같은 조건에서 100미터를 달리게 하는 것이 공정한 경기일까요? 아이는 어른보다 앞에서 뛰게 해야 합니다. 미분양주택 양도세 한시 감면 등 지역별 ‘핀셋’ 대책이 필요한 때라는 목소리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는 이유입니다.
미분양 물량이 쌓이면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자금 회수가 어려워지고, 시공사들의 현금 흐름이 악화됩니다. 은행과 증권사 등 금융권 PF대출 연체율은 1년 만에 0.82%p 상승했습니다. 특히 증권사 연체율이 10%를 넘기는 등 비은행권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팔라, 한국 경제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지금까지 부동산 핵심클릭이었습니다.
미분양 조건변경 마케팅 유형. MBN뉴스7 캡처
[ 김경기 기자 goldgam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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