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협회 체계 완전히 무너져…감독 선임 과정 명확히 밝혀야"
현 사태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기도…"선배로서 미안한 마음"
대한축구협회의 대표팀 감독 선임 관련 논란이 붉어진 가운데, 한국 축구의 '레전드' 박지성이 정몽규 협회장 사퇴 주장에 힘을 실었습니다.현 사태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기도…"선배로서 미안한 마음"
박지성은 어제(12일)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문화행사 'MMCA 플레이: 주니어 풋살'에 참석해 정몽규 회장의 사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정 회장이 그만둔다고 했을 때 다른 대안이 있는가 또한 고민을 해봐야 한다"면서도 "결국 회장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직격했습니다.
박지성은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회를 구성하고 올바른 선임 절차를 밟는다고 발표했지만 결국 그러지 못했다"며 "(축구협회가) 체계를 바로 세우고 앞으로 나아갈 거라는 기대는 (위르겐 클린스만 전 대표팀 감독이 사퇴한) 5개월 전이 마지막이었다. 지금은 체계 자체가 완전히 무너졌다"고 현 사태를 진단했습니다.
이어 "회장이 내려와야 한다, 내려오지 말아야 한다 등 의견이 많은데, 외부 압력으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며 "장기적으로는 협회에 대한 신뢰를 다시 확립해야 한다. 그 상황에서 그 답(사퇴)이 맞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정 회장의 사퇴 필요성을 언급했습니다.
축구인으로서 책임감을 느껴 공개 발언을 하게 됐다는 박지성은 홍명보 감독이 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일련의 상황에 '슬프다'고 직접 내비쳤습니다.
그는 "2002년 월드컵 이후 한국 축구가 상당히 많이 변했고, 변할 거라는 기대가 있었는데, 그에 대한 답을 이렇게 받았다는 게 뭐라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참담한 기분"이라 밝혔습니다. 이어 “저 역시도 순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걸 알고 있으며, 이것을 맞이하는 많은 축구인들도 가슴이 아플 것”이라면서도 “문제는 과연 어디까지 이래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전력강화위원회 내부 회의 과정을 폭로한 박주호 위원에 대해서는 "(감독 선임이) 절차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는 부분에서 그 자리에 있을 필요가 없다는 무력감이 상당히 컸을 것"이라며 "결국 행정 절차가 투명하지 않고 올바른 시스템이 없다면 좋은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게 된다"고 무능력한 협회 수뇌부를 비판함과 동시에 아쉬워했습니다.
그러면서 "협회에서 일한다는 게 현재는 아무도 하고 싶지 않은 일이 돼 버렸다"며 "결과야 어떻든, 과정 속에서 이렇게 될 수밖에 없던 이유를 (협회가) 설명해야 한다"고 감독 선임 과정의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강조했습니다.
여론의 비판에도 공식석상에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정몽규 협회장/사진=연합뉴스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 오는 9월 월드컵 아시아지역 3차 예선을 앞둔 '홍명보호' 대표팀 앞날도 걱정했습니다.
그는 "새 감독이 부임한 뒤 기대감을 갖고 시작해도 성공을 확신하기 어렵다"며 "감독 선임 이후 이런 상황이 지속된 적이 있었나 싶은 상황이다. 솔직히 어떻게 극복해 나갈지 걱정되는 건 사실"이라고 언급했습니다.
이어 "지난 5개월 동안 국내파 감독 선임론이 나올 때마다 상당히 여론과 평가가 좋지 않았다"며 "선수들은 국내파 감독을 선임하지 않을 거라고 기대했을 텐데, 상당히 당황스러운 상황일 것"이라고 대표팀 내 분위기를 예상했습니다.
또한 선배로서 '좋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며 스스로 자책했습니다.
박지성은 "한국 축구 역사에서 가장 좋은 선수들로 구성된 이 시기에, (선수단을) 뒷받침할 수 없는 상황이 축구인 뿐 아니라 팬들 역시 가장 아쉽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미안한 마음이 든다. 선배로서 조금이라도 좋은 환경에서 후배들이 실력을 뽐낼 환경을 만들었어야 했다"고 반성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