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총기 밀반입, 코로나19 집단 감염, 베트남 선원 밀입국..'
무시무시한 이 모든 사건이 '가'급 국가보안시설인 부산 감천항에서 발생한 것이다. 가급 국가보안시설이란 청와대·국정원 청사, 원자력발전소, 공항, 항만시설 등 전쟁 발발 때 적의 타격 목표 1순위에 해당되는 국가 주요 시설을 말한다. 이렇게 중요한 국가보안시설에서 지속적으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개선되지 않고 있어 관계 기관의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 부산시 등에 따르면 지난달 22일 감천항에 정박한 러시아 국적 냉동화물선 선원 16명이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바로 옆에 있는 또다른 러시아 선박에서도 확진자가 잇따라 나와 총 19명의 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해 감천항 인근 주민들을 긴장하게 만들었다.
코로나 집단 감염이 발생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은 지난 4일 감천항에 정박한 국내 참치잡이 선박에서 베트남 선원 4명이 갑자기 사라졌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하고 조사하는 관계 당국이 밤새 도주 사실을 몰랐으며 도망간 경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부산출입국·외국인청 이민특수조사대는 선박에서 무단 탈출한 베트남인 4명을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한 혐의로 추적하고 있다. 그러나 항만 내부 폐쇄회로(CC)TV에는 이들의 도주 모습이 촬영되지 않았고, 밤중에 이탈해 어디로 도망쳤는지 파악하기 힘든 상황이다. 또 선원 4명이 사라질 동안 항만 경비를 담당하는 부산항보안공사는 이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감천항에는 외국인 선원의 밀입국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러시아 선박 선원이 무단으로 하선해 다른 러시아 선박 선원과 접촉하는 등 관련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감천항에서 마약과 총기 밀반입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지난달 향정신성 의약품인 해시시를 감천항으로 밀반입하려던 러시아 선원 일당이 부산항 보안당국에 적발됐다. 부산항보안공사는 감천 동편 부두에서 해시시 18.24g를 밀반입하려던 러시아 선원 S 씨 등 4명을 검거해 부산세관에 인계했다. S 씨는 지난 16일 밤 9시께 감천 동편 부두에서 해시시를 담은 비닐봉투를 보안울타리 너머로 투척하다 적발됐다. 울타리 너머에서 해시시를 받아 국내로 밀반입하려고 했던 동료 러시아 선원 3명도 함께 붙잡혔다. 지난 1월 말에도 감천항에서 대마 1.8g을 국내로 밀반입하려던 러시아 선원 2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지난 2015년에는 부산항 보안을 담당하는 부산항보안공사 소속 지구대장이 마약을 직접 운반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되는 어이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지구대장 A씨는 2014년 12월 신선대부두에 정박한 S선박 선원 2명이 가방에 숨겨온 히로뽕 추정 마약 20㎏을 건네받아 자신의 차량으로 운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7년에는 감천항 원양어선에서 의문의 권총과 실탄 여러 발이 발견돼 해경이 수사에 나서기도 했다. 감천항에 정박 중인 원양어선 K호(289t) 침실에서 리볼버 권총 1정과 실탄 10발이 발견된 것. 침실 에어컨을 수리하던 기관장이 에어컨 안에서 이 권총과 실탄을 발견했다.
부산에서 일어난 총기 밀반입 사건 중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것은 2003년 부산 영도 주택가에서 벌어진 러시아 마피아 권총 살인 사건이다. 러시아 마피아가 적대 관계에 있던 상대편 마피아 두목을 권총으로 살해한 사건이었다. 여기에 사용된 총은 소음기가 달린 러시아제 4.5구경 권총 두 자루로 이 남성은 모두 10발을 쏘았다.
2003년 파주 농협 권총강도사건의 용의자가 검거되면서 감천항이 '총기 밀반입 루트'라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됐다. 당시 경찰에 검거된 이모 씨(46) 등은 모두 5차례에 걸쳐 필리핀 마닐라를 방문해 38구경 권총 1정과 실탄 27발을 구입한 뒤 감천항을 통해 들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은 감천항 보세구역에서 필리핀 선원이 수건으로 감싼 권총을 담 밖으로 던지면 배달비 1000달러를 던져주는 수법을 통해 총기를 건네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 = 박동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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