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다섯, 예람이의 학교 가는 길
미화 씨(44)는 아침부터 집을 나설 채비로 분주합니다. 11년 째 다니고 있는 마트 직장에 가기 위해서인데요, 계산 업무를 계속 해오고 있다는 미화 씨. 일주일에 1~2번을 제외하고 하루도 빠짐없이 6시간 동안 일을 하고 있습니다. 미화 씨가 출근한 시각, 예람 군(15)이 겨우 일어나는데요, 할머니 현완 씨(75)가 미화 씨를 대신하여 예람 군(15)을 보살피고, 집안 살림을 합니다. 뇌병변 진단을 받은 예람 군은 여러 재활치료를 통해 스스로 조금씩 움직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옆에서 돌봐줘야 할 것들이 있기에 현완 씨가 늘 예람 군의 옆에 있습니다. 예전에는 예람 군을 업고 학교 스쿨버스 정류장까지 갔지만, 이제는 할머니 현완 씨도 무릎이 좋지 않아 올해 3월부터 예람 군은 학교를 못 가고 있습니다. 집에만 있는 예람 군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는 현완 씨와 미화 씨. 이 가정에게도 빛나는 하루가 찾아올 수 있을까요?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어요”
미화 씨는 19살 때부터 백화점 일을 시작했습니다. 24살에 결혼 이후에는 잠깐 일을 그만두었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를 낳고 바로 마트 일을 계속 해왔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이지만, 수급비가 따로 나오지 않아 부족한 가족의 생계비를 위해서 미화 씨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데요, 중학생 때 뺑소니 사고 이후 발목이 크게 다쳐 지금까지도 통증을 느끼고 있습니다. 특히 계산 업무로 계속 서 있고, 힘을 쓰는 일을 주로 하다 보니 발목 뿐만 아니라 허리까지 통증이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가족을 생각하면 더욱 힘을 낼 수 있다는 미화 씨. 그런 미화 씨를 도와 현완 씨도 근처 건물에서 일주일에 3번 짧은 시간 동안 청소를 하고 있습니다. 적은 수입이지만, 가족에게 보탬이 되기 위해서 성치 않은 몸에도 열심히 청소 일을 합니다. 청소 일을 끝마치고 오면, 예람 군을 보살피는 건 오로지 현완 씨의 몫입니다. 현완 씨는 오랫동안 일을 나가는 미화 씨를 대신하여 학교에 못 간 예람 군과 늘 함께 있습니다.
“예람이를 위해서 이사를 가야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죠”
예람 군(15)은 미숙아로 태어나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예람 군은 뇌병변 1급이라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꾸준한 재활 치료만이 더 나아질 수 있는 방법이지만, 비급여 의료비가 많이 나오다 보니 미화 씨는 걱정이 많습니다. 재작년까지는 병원과 재활 치료 센터에서 꾸준히 언어, 물리, 인지 치료를 받았지만, 코로나가 심해지고 병원 쪽에서 재활을 받는 게 어려워져 지금은 집에만 있습니다. 원래는 앉는 것도 하지 못했던 예람 군이었지만, 재작년까지 받았던 재활 치료로 앉는 것으로 가능하게 되어 지속적인 재활 치료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현재 세 가족이 살고 있는 집이 1층에 있지만, 밖까지 나가려면 많은 계단을 내려가야 하는 집이라 혼자서 걸을 수 없는 예람 군을 할머니가 매일 등에 업고, 스쿨버스를 태워 보냈습니다. 병원에 갈 때도 할머니의 등에 업혀 밖에 나온 후 휠체어에 타고 이동을 했는데, 최근 들어 할머니의 무릎이 너무 안 좋아져서 계단을 내려올 수 없게 되자 학교도 자연스럽게 올해 3월부터 못 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씩 담임 선생님이 방문하여 예람 군의 상태를 살피고 작은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특히나 남자아이라 체구가 커진 예람 군을 할머니가 업고 계단을 내려오기에는 큰 어려움이 있어 미화 씨는 올해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려고 LH임대주택 신청을 했습니다. 만약에 이사를 가게 되면 드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미화 씨는 그것도 그것대로 고민이 많습니다.
“저도 남들처럼 걷고 싶어요”
어렸을 때부터 예람 군은 뇌병변 장애로 다른 아이들처럼 뛰어놀지 못해 늘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예람 군은 핸드폰에 여러 뉴스 어플을 깔아서 뉴스를 보는 것이 즐겁다는데요, 밖을 나가지 못해서 세상을 알아갈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인 뉴스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한다고 합니다. 예람 군은 자신을 늘 챙겨주는 할머니에게 죄송함을 느낍니다. 그래서 예람 군의 유일한 소원은 그저 걷는 것이라고 하는데요, 학교에 가서 친구들과 선생님을 보고 싶지만, 코로나와 할머니의 건강으로 인해 버스를 탈 수 없게 된 게 속상하기만 합니다. 그럼에도 예람 군은 언제나 긍정의 힘으로 웃으며 생활합니다. 이런 예람 군을 든든하게 지켜주는 미화 씨와 현완 씨. 어려운 상황에서도 서로를 챙기는 가족이 있기에 가족 모두가 열심히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뇌병변 진단을 받은 예람 군을 살뜰히 보살피는
할머니 현완 씨와
그런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는 엄마 미화 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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