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돈을 갚지 않는다면 빌려 간 돈의 액수만큼 당신의 살을 뜯어가겠소.
셰익스피어 5대 희극 중 하나인 베니스의 상인 입니다. 유대인 고리대금업자 샤일록은 "심장에서 가까운 살 1파운드를 떼어 가겠다"고 고집하다 파멸을 맞게 되죠. 돈을 빌린 안토니오에겐 희극, 돈을 빌려준 샤일록에겐 비극으로 막을 내립니다.
중세시대 베니스엔 이자 금지법 이 있었는데요. 당시 가톨릭교회는 성경을 문자 그대로 해석, 교인들 간에 이자를 받는 행위를 법으로 금지했고, 그 바람에 금융업은 이교도인 유대인의 몫이 됐죠.
요즘 우리나라에선 은행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싸늘합니다. 시중 은행들의 이어지는 역대 최대 실적이,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이자 장사 덕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올 1월부터 3월까지 5대 금융지주의 순이익은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고, 이자 이익은 11조 원을 넘어섰습니다.
예대마진이라고 불리는 예대금리차는 샤일록처럼, 은행이 돈을 빌려주고 받는 대출금리와 예금자에게 주는 예금금리 간 격차를 말합니다. 은행 수익의 원천이죠. 시중은행도 기업이니 이익을 내는 건 당연합니다.
하지만 대출금리는 각종 명목으로 가산금리까지 붙여 높게 받고, 예금금리는 생색내기 정도만 올리고 있죠. 게다가 은행의 대출 가산금리가 적정한지 살펴봐야 할 금융당국은 그저 뒷짐만 지고 있습니다. 은행의 역대급 실적 뒤엔 가계의 고통이 드리워져 있는 겁니다.
은행의 이자 장사에 불만이 커지자 정치권도 이제야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윤석열 당선인은 시중 은행이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차이를 주기적으로 공시하도록 하겠다. 라고 공약한 바 있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9일 인사청문회에서 예대금리차를 공시하는 건 정보 공개 차원에서 당연히 해야 할 일 이라고 했거든요.
은행이 가뜩이나 코로나로 힘든 국민을 상대로 마른 수건 쥐어짜듯 이윤을 챙기면, 사회적 역풍이 부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현대판 베니스의 상인 샤일록은 어떤 길을 가게 될까요. 매우 궁금해집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이자 장사 로 11조 돈방석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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