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은둔형 외톨이 청년은 24만 4,000명
"경제적 압박·완벽주의·핵가족 등이 영향 미쳐"
"경제적 압박·완벽주의·핵가족 등이 영향 미쳐"
2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이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정서적으로 고립된 채 살아가는 한국과 일본, 홍콩의 '은둔형 외톨이' 청년들을 조명했습니다.
CNN은 '움츠러드는 삶:일부 아시아 젊은이들이 세상에서 물러나는 이유'(A shrinking life: Why some Asian youth withdraw from the world)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세 나라의 은둔 청년을 포함한 '은둔형 외톨이' 문제를 짚었습니다.
최근 일본 정부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는 '히키코모리'라고 불리는 은둔형 외톨이가 15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세키미즈 뎃페이 메이지가쿠인대 부교수는 "일본에서는 직장을 잃거나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후 히키코모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CNN에 전했습니다.
35세부터 5년 간 은둔형 외톨이로 살았다는 한 일본 남성은 CNN에 "부모 병간호를 위해 고향으로 내려온 후 외동아들로서 간병과 재정관리를 잘해야 한다는 심한 압박감을 느꼈고, 이후 침실에 틀어박히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하루 종일 잠만 자던 그는 아내의 도움으로 조금씩 집안일을 하게 됐고, 게임과 유튜브 영상 시청, 식물 키우기 등으로 관심을 넓히면서 다시 사회로 나올 수 있었다고 합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한국의 19∼34세 인구 중 2.4%가 은둔형 외톨이로 파악됩니다. 전국적으로 24만 4,000명 규모입니다.
CNN에 따르면 허지원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는 은둔형 외톨이 청년의 증가와 관련해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가 '완벽주의적 걱정'을 하는 성향이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비판에 민감하고 지나치게 자기 비판적이며 실패를 두려워하는데, 새로운 시도를 했지만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할 경우에는 매우 낙담하고 불안해한다는 것입니다.
윤철경 지엘청소년연구재단 상임이사는 CNN에 "과거에는 대가족이었고 형제자매가 많아서 관계를 맺는 방법을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생활 환경이 바뀌면서 예전보다 공동체적 관계 형성 경험이 적다"고 진단했습니다. 대가족에서 핵가족으로의 변화가 은둔형 외톨이 문제와 관련이 있다는 의견입니다.
홍콩에는 최대 5만 명의 은둔형 외톨이가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홍콩대 폴 웡 부교수는 이들 대부분이 중학생이나 고등학생이지만, 10대 초반 청소년에게서도 은둔형 외톨이 문제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자료사진 = MBN
전문가들은 은둔형 외톨이 현상이 아시아에서 처음 나타났지만, 미국과 스페인, 프랑스 등 다른 국가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감지되고 있고, 인터넷 사용 증가와 대면 상호작용 감소가 은둔형 외톨이의 전 세계적 확산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또,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람들이 실내 활동을 주로 하면서 더 많은 은둔형 외톨이가 생겼을 가능성도 제기합니다.
끝으로 CNN은 "아시아 전역의 정부와 단체들이 은둔형 외톨이의 사회 재진입을 돕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 과제는 많은 국가가 인구 노령화, 노동력 감소, 출산율 저하, 청소년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더욱 시급해지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경태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dragonmoon20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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