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지난 3년간 괌 관광객 절반 이상 차지…관광 위축 우려
괌에서 한국인 관광객이 강도 일당에게 총을 맞아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자 현지인들도 충격에 빠졌습니다.
괌 정부는 사건 직후 합동 브리핑을 열어 사건 경위와 대책을 설명했고, 현지 언론은 이번 사건으로 인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되살아나던 관광업이 위축될 수 있을 것이라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지 시각 6일 현지 매체인 퍼시픽데일리뉴스와 괌뉴스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저녁 7시 40분∼8시쯤 한국인 관광객 부부가 괌 투몬 지역 건비치에서 츠바키 타워 호텔을 향해 걸어가던 중 강도를 마주쳤습니다.
경찰 브리핑에 따르면 이 부부의 뒤에서 다가온 어두운색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에는 운전자를 포함해 2명이 타고 있었고, 이들 중 1명이 총기를 지닌 채 차에서 내려 부부에게 소지품을 요구했습니다. 이후 범인과 부부 간 몸싸움이 벌어졌고, 남편이 총에 맞아 병원으로 이송된 뒤 결국 다음 날 아침 숨졌습니다.
숨진 남성은 은퇴를 기념해 부인과 함께 괌 여행을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습니다.
루 레온 게레로 괌 주지사는 숨진 남성의 부인이 현재 깊은 괴로움에 빠져 있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물었다고도 말했습니다.
아직 용의자들의 구체적인 신상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총격이 발생한 지역이 매우 어두워서 운전자와 총격범에 대한 구체적인 인상착의가 파악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괌 경찰은 가용한 모든 자원을 수사에 투입하겠다면서 용의자들에 관한 제보에 포상금 5만 달러(약 6600만 원)를 제시한 바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괌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관광객이 급감한 뒤 관광 시장을 되살리려 노력 중인 시점에 발생해 당국의 우려가 더 큰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퍼시픽데일리뉴스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한국인 관광객은 괌 전체 관광객 60만 2594명 중 절반 이상을 차지했습니다.
칼 구티에레스 괌 관광청 최고경영자(CEO)는 "매우 우려스럽다"며 "우리는 가족이며 괌은 매우 안전한 곳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어두운 거리와 폐가, 버려진 건물 등 범죄를 유발할 수 있는 환경을 거론하며 이를 개선하는 조처를 하겠다며 범죄 예방을 위해 관광청이 자체적으로 지역 순찰을 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지인들도 이번 사건이 충격적이라며 당국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내놨습니다.
현지 매체의 해당 뉴스에는 "고인의 부인과 가족에게 애도를 표한다"며 "안전 문제와 관련해 정보를 제공하는 활동을 하느냐"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글쓴이는 "괌 관광청은 괌이 안전하지 않다는 인상을 줄까 봐 그런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며 "괌은 관광객 수에 비하면 10년에 1건인 (총격) 범죄가 끔찍한 수준은 아니지만, 방문객에게 그렇게 안전한 곳은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다른 댓글 작성자는 "많은 사람이 우리 섬 전역에서 폭력 범죄가 발생하고 있다는 데 동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법 집행기관은 적은 자원으로 이러한 범죄를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무고한 관광객의 목숨을 빼앗아 관광산업에 타격을 입히는 범죄가 발생해야만 정부가 '이런 종류의 범죄를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한다는 사실이 나를 슬프게 한다"고 했습니다.
다른 주민은 "정말 부끄러운 일. 우리 섬의 모든 사람이 한국에서 온 방문객을 유치하고 환대를 유지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데, 일부 저급한 이들이 그들을 강탈하고 죽이는 것은 슬픈 일"이라며 "피해자와 그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박지윤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akjy7858@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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