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아 생존율 낮고 산모 건강도 위험" 호소에도 불허
미국 텍사스주 대법원이 댈러스에 사는 한 여성의 '예외적 낙태'를 허용한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낙태를 최종 불허했습니다. 결국 여성은 텍사스를 떠났습니다.
텍사스는 임신 기간 중 거의 모든 단계에서 낙태를 금지하는 미국 내 13개 주 중 하나입니다. 텍사스주에서 의사가 낙태 금지법을 어기면 최대 99년의 징역형과 최소 10만 달러(약 1억 3000만 원)의 벌금을 선고받을 수 있습니다.
소송을 제기했던 케이트 콕스(31)는 끝내 주 경계를 넘었습니다. 그리고 그를 대변하는 생식권센터는 지난 11일(현지시간) 성명에서 "콕스가 건강을 지키는 데 필요한 긴급 낙태 시술을 받기 위해 텍사스를 떠났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텍사스 댈러스에 거주하는 콕스는 두 아이의 엄마였으며, 지난 8월 셋째를 임신했습니다. 태아 유전자 검사를 받은 결과, 18번째 염색체 이상에 따른 치명적인 유전 질환이 있다는 진단이 내려져 그는 고심 끝에 낙태를 결심했습니다. 콕스는 지난 5일 주 법원에 예외적인 낙태 시술을 허용해 달라는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당시 콕스는 임신 20주 차라 태아가 사산하거나 생후 몇 주 안에 사망할 확률이 매우 높았습니다. 더욱이 콕스는 이전에 제왕절개로 아이를 출산한 이력이 있어 이번에 태아가 사산하면 자궁 파열 위험이 있기 때문에 다시는 임신과 출산이 어려웠습니다.
1심 재판부는 콕스의 상황이 주의 낙태 금지 예외 기준을 충족한다고 보고 의료진의 낙태 시술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 소속인 켄 팩스턴 텍사스주 법무장관은 콕스의 상황이 산모의 생명이 위험한 경우 등 예외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곧바로 주 대법원에 항소했습니다.
텍사스에서 낙태권 허용 촉구하는 여성들 / 사진=연합뉴스
전원 공화당원인 주 대법원 재판부는 지난 11일 이 소송의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낙태 시술을 하지 않도록 1심 결정을 보류시켰습니다. 이후 본안 판결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낸시 노섭 생식권센터 회장은 "콕스에게 지난 한 주는 지옥 같은 시간이었다"며 "그는 건강이 위태로워 더는 기다릴 수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결과, 여성들은 법정에서 긴급한 의료 서비스를 구걸해야만 했다"며 "콕스의 사례는 낙태금지가 임산부에게 위험하고, 예외 조항은 효과가 없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줬다"고 강조했습니다.
생식권센터는 낙태가 합법인 캔자스주와 콜로라도주, 캐나다 등 지역에서 낙태 시술을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는 제안을 콕스에게 전했습니다.
한편 이번 소송은 지난해 미연방 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고 각 주에서 낙태 금지법을 제정할 수 있도록 허용한 이후 임신한 여성이 주 법에 맞서 긴급 구제를 요청한 첫 시도로 관심을 모았습니다.
[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ssugykka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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