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4' 우연한 연출로 '톈안먼 시위' 연상…女선수들 포옹장면 삭제됐다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에서 연출된 '6'과 '4'…중국 국경절로 인한 조치로 풀이돼

중국 관영 매체가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육상 경기에서 각각 '6'과 '4' 스티커를 붙인 선수들의 포옹 사진을 삭제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4일(한국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의하면, 지난 1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여자 육상 100m 허들 결승전 직후 트랙 위에서 금메달을 딴 중국 린위웨이가 은메달리스트인 자국 동료 우옌니를 포옹했습니다. 두 선수가 포옹하며 6번 레인에서 달린 린위웨이 선수의 유니폼 숫자 '6'과, 4번 레인에서 달린 우옌니 선수의 유니폼 숫자 '4'가 겹치며 우연히 ‘6·4’가 연출됐습니다.

금메달과 은메달을 나란히 얻고 두 선수가 포옹한 장면은 중국 관영 매체인 중국중앙TV(CCTV)의 SNS 위챗 계정에도 게재됐으나, 해당 사진은 돌연 삭제 조치됐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중국의 국경절인 10월 1일에 시행됐습니다.

해당 조치는 두 선수의 포옹으로 중국에서 언급이 금지된 '6·4 톈안먼 민주화시위'를 상징하는 장면이 연상된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숫자 ‘6’과 ‘4’는 중국에서 검열 대상 중 하나로 꼽힙니다. 1989년 6월 4일 중국 당국이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민들을 유혈 진압한 사건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입니다. 홍콩, 대만 등에서는 매년 6월 4일 톈안먼 시위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6월 4일 오후 6시 4분에 촛불을 드는 식으로 '6·4'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톈안먼을 떠올리게 하는 언급들이 원천적으로 금지됩니다.

SCMP는 이에 "해당 사진에 대한 분명한 검열은 홍콩의 인기 인터넷 커뮤니티 LIHKG에서 조롱거리로 화제가 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이번 일은 BBC, CNN 등 여러 주요 외신에도 소개됐습니다. BBC는 “천안문 사건에 대한 논의는 중국에서 여전히 금기시되며, 당국은 인터넷에서 해당 주제에 대한 언급을 정기적으로 삭제하고 있다”며 해당 이미지가 검열된 이유를 해석했습니다. CNN 또한 “두 선수의 트랙 번호가 1989년 천안문 사태를 우연히 연상시켜 사진을 검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해당 경기에서 은메달을 땄던 우옌니는 이후 부정 출발로 실격 처리됐습니다.

[최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befavoriteon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