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한 일본 스모 선수, 스모계 인권침해 고발
2021년 코로나19를 우려해 스모 대회 휴장(불참)을 신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아 현역 은퇴까지 감수한 일본의 스모 선수가 전통문화라는 미명 하에 이뤄지던 스모계의 인권침해를 고발했습니다.
그는 훈련 와중에 유통기한이 지나 곰팡이가 핀 고기를 먹어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31일 교도통신 등에 따르면 전 스모선수 야나기하라 다이스케(25)는 이날 일본 내 외신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열고 “스모계에선 전통문화라는 이름 아래 인권을 무시하는 관행이 묵인되어 왔다”고 주장했습니다.
야나기하라는 또 “(스모계에선) 젊은 역사를 노예 취급하고 있다”며 “이같은 스모 협회의 문제를 세상에 알리고 싶다”고 호소했습니다.
앞서 스모계의 기대주였던 야나기하라는 2021년 1월 코로나19 감염이 우려된다며 소속 도장을 통해 대회 휴장을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건강을 생각해 은퇴를 선택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와 관련해 지난 3월 일본 스모협회와 자신의 소속 도장을 상대로 415만엔(약 37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스모는 맨몸을 노출한 채 상대와 접촉하는 일이 잦기에 바이러스 감염이 쉬운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실제로 한 유명 선수가 코로나19로 사망해 스모계에 충격을 준 바 있습니다.
하지만 협회는 야나기하라에게 코로나19는 휴장의 이유가 될 수 없다며 경기에 나서든지, 그만두든지 하라고 통보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같은 이유로 휴장 신청이 잇따를 경우 대회가 무산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입니다.
야나기하라는 이날 회견에서 자신이 심장질환을 앓고 있었으며, 코로나19 감염시 중증화될 우려가 있어 도장을 통해 휴장을 신청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이를 스모협회가 거부하면서 자신은 사실상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고 대회에 출전할 것인지, 혹은 은퇴할 것인지를 강요당하는 상황에 놓이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야나기하라는 소속 도장의 인권침해도 문제 삼았습니다.
그는 훈련 와중에 곰팡이가 핀 채 냉동되고 있던 고기를 자주 먹기도 했다며 그 증거로 2017년 어머니에게 SNS로 보낸 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사진은 팩에 들어있는 고기를 촬영한 것으로 가공일자는 2011년 11월, 유통기한은 2012년 1월로 돼 있었습니다.
그가 이 고기를 먹어도 되냐고 묻자, 어머니는 ‘절대 안된다’며 말리는 상황이었습니다.
도장 벽에 붙어 있던 벽보들도 증거로 제시됐습니다.
여기에는 ‘각 거실에 과자나 주스가 놓여 있으면, 그 시점에 거실에 있던 전원은 벌금 2만엔(약 17만9400원 )’, ‘방 밖에서 무엇을 먹거나 마시면 벌금 3만엔(약 26만 9200원)’ 등으로 적혀 있었습니다.
야나기하라는 이러한 행위들이 모두 반사회적 행위라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현재 일본 스모협회가 미성년 역사들을 노예 취급하고 있으며, 이를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전했습니다.
또 스모계에서 제대로 아이들이 스모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도 강조했습니다.
반면 협회 측은 야나기하라의 주장을 전면 부인하고 있습니다.
특히 썩은 고기 사진과 관련해서는 “버릴 때의 사진일 뿐 먹을 때의 사진이 아니다”라며 사실 무근이란 답변서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김누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nu11iee98@gmail.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