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마이애미 해양수족관 57세 범고래 방류
파트너 범고래는 1980년 스트레스성 이상 행동 후 사망
동물보호 활동단체가 고발 후 방류 추진
미국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 사는 57살 범고래 '롤리타'가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가 여생을 보내게 됐습니다. 1970년에 포획된 후 자그마치 52년 만입니다.파트너 범고래는 1980년 스트레스성 이상 행동 후 사망
동물보호 활동단체가 고발 후 방류 추진
31일(현지 시각) AP통신에 따르면 마이애미 해양수족관과 비영리단체 ‘토키의 친구들’ 등은 "암컷 범고래 ‘롤리타’를 고향인 태평양 북서부로 돌려보낼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롤리타는 1970년 여름 미 워싱턴주 퓨짓사운드 연안 바다에서 고래 포획꾼들의 ‘범고래 사냥’으로 붙잡혔습니다. 포획 당시 롤리타의 추정 나이는 4살이었습니다. 이때 대대적인 사냥으로 최소 13마리의 범고래가 죽었고, 45마리가 포획돼 전 세계의 동물원과 수족관으로 보내졌습니다.
롤리타는 지난해 병에 걸리기 전까지 약 50년 간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에서 고래 쇼를 하며 살았습니다. 현재 이 수족관에 사는 범고래 중 가장 나이가 많습니다.
몸무게가 2267㎏에 달하는 롤리타는 너비 24mX11m, 깊이 6m의 비좁은 수조에 갇혀 지내고 있었습니다.
50년간 미국 마이애미 수족관에 갇혀 쇼를 선보여온 범고래 '롤리타'/사진=뉴욕타임스 누리집 갈무리
롤리타가 50여 년에 걸친 긴 쇼를 그만두고 방류되기까지 동물보호 활동가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동물보호단체 페타(PETA)는 2015년 "롤리타의 사육 환경이 멸종위기종 보호법에 어긋난다"며 마이애미 해양수족관과 모회사인 팰리스 엔터테인먼트를 고발했습니다.
특히 롤리타의 파트너였던 범고래 ‘휴고’가 1980년 수조 벽에 머리를 반복해서 부딪히는 스트레스성 이상 행동을 보인 뒤 뇌동맥류로 사망하면서 쇼를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이후 롤리타의 건강 상태가 나빠졌고, 지난해 마이애미 해양수족관의 소유권이 ‘돌핀컴퍼니’로 넘어가면서 이 회사는 연방 규제기관과 합의에 따라 "롤리타를 더 이상 쇼에 내보내지 않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후 ‘토키의 친구들’ 등의 단체가 수족관 소유주 등과 협의해 롤리타의 방류를 추진해 왔습니다.
PETA 재단 부이사장이자 동물보호법 전문가인 자레드 굿맨 씨는 지난 28일 성명을 통해 "만약 롤리타가 고향인 바다로 돌아가게 되면 지난 몇년간 롤리타의 자유를 위해 수족관 측과 싸우며 시위를 벌여온 우리 PETA뿐만 아니라 온 세상이 환호성을 지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롤리타가 방류되기까지는 18~24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롤리타는 비행기 편으로 워싱턴과 캐나다 사이 해양보호구역으로 이송된 뒤, 바다에 설치된 큰 그물 안에서 바다에서 생존하기 위한 사냥 등의 훈련을 받게 됩니다.
롤리타의 고향에는 롤리타의 어미 고래 ‘오션 선(Ocean Sun)’도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오션 선의 나이는 90세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는 롤리타가 야생 환경에서 오래 살 수 있다는 방류 옹호론의 근거가 되기도 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hj428@naver.com]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