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에게 돈 뺏기지 않으려 실랑이하다가 배낭 열려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벨그라노 지역에서 '돈이 휘날리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31일(현지시간) 파히나 12 등 현지 매체가 보도했습니다. 이들은 스페인 인기 드라마 시리즈 '종이의 집'의 장면과 비슷하다고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지화로 7백만 페소(4천 250만원)를 배낭에 메고 은행에 입금하러 가려던 후안 크루스(26)에게 오토바이를 탄 '모토초로' 2인조 도둑이 달려들었습니다.
현지에서 '모토초로'(오토바이+도둑)라고 불리는 이들은 일반적으로 단독 혹은 2인조로 움직이며 범행에 오토바이를 사용한다는 점이 특징입니다.
모토초로는 길거리 시민들의 핸드폰이나 가방을 기습적으로 훔치고 줄행랑을 치는 단순 소매치기부터 권총으로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는 무장 강도까지, 범죄 행위가 더 악랄해지고 있어 아르헨티나의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습니다.
모토초로는 크루스의 검은 배낭을 뺏기 위해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고, 쿠루스는 뺏기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중 배낭이 열리면서 그 안의 지폐들이 눈처럼 휘날리기 시작했습니다.
거리에 떨어진 돈을 줍고 있는 시민들/사진=C5N 갈무리
맞은편 건물 위에서 이들을 목격한 주민은 순식간에 일어난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했습니다. 그는 "바람이 불면서 돈은 하늘로 휘날리기 시작했고 이를 본 거리 보행자들이 몰려오자 당황한 모토초로들은 그 자리에서 도망갔다"고 증언했습니다.
15명 정도의 보행자들은 한걸음에 달려와 인도에 떨어진 돈을 필사적으로 줍기 시작했고, 이를 피해자인 쿠르스에게 전달해줬습니다.
크루스는 경찰 신고에서 "7백만페소의 1%인 7만페소는 회수하지 못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주민이 찍은 동영상은 SNS로 퍼졌고 현지 방송사들을 통해 전파를 탔습니다.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놀랍다는 반응이 나왔습니다.
연 물가상승률 102.5%에 달하는 최악의 경제위기로 어려운 아르헨티나에서 15명이 넘는 시민들이 피해자를 도와줬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반응이었습니다.
사건 즉시 뛰어가서 피해자를 돕고 99%의 돈을 되찾았다는 사실에 아직 아르헨티나 사회에 희망이 있다는 댓글이 이어졌습니다.
사라진 1%를 두고는 '바람에 휘날려 더 먼 곳으로 떨어졌다', '한 두 명이 챙겨갔다', '도와준 시민들이 일부 챙겨갔다' 등 추측하기도 했습니다.
사건 발생 12시간 후 우연히 거리를 지나가던 시민이 근방에서 천페소짜리 지폐 2장(1만2000원)을 주웠다는 증언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검찰은 은행에 거액을 입금한다는 정보를 통해 사건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범인들의 행방을 쫓고 있습니다.
[정혜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hj428@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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