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경찰 무차별 구타로 숨진 흑인...바이든 피부색으로 겪는 상처 되새겨

경찰 5명, 2급 살인 및 가중 폭행 혐의로 기소
니컬스 어머니 "아들 온몸 멍투성이였다...살아남았더라도 식물인간 됐을 것"

미국에서 교통 단속 중이던 경찰관들이 흑인 운전자를 집단 구타해 숨지게 한 영상이 공개됐습니다.

이에 따라 조 바이든 대통령은 체포 과정의 철저한 진상 조사를 지시한 가운데, 미국 전역에서 대규모 규탄 시위로 번질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AP통신 등 외신은 27일(현지시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경찰이 지난 7일 흑인 청년 타이어 니컬스(29)를 때려 사망에 이르게 한 당시 상황이 담긴 약 67분 분량의 ‘보디캠’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영상에는 저녁 8시 반쯤 난폭 운전으로 정지 지시를 받아 길가에 멈춰 선 니컬스의 세단 자동차로 경찰관들이 달려가는 모습이 담겼습니다.

한 경찰관이 운전석 문을 열고 니컬스의 멱살을 잡고 끌어내자 니컬스는 "나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다"고 항변했습니다. 경찰관들은 “바닥에 엎드려”라고 여러 차례 소리쳤고, 니컬스는 “알았다”고 답했습니다.

엎드린 니컬스가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하자 경찰관들은 그를 에워싸고 동시에 주먹과 발로 때렸습니다.

또 다른 경찰관은 통증과 눈물을 유발하는 ‘페퍼 스프레이’를 꺼내 얼굴에 뿌리기도 했습니다. 페퍼 스프레이를 맞은 니컬스는 "엄마"라고 외치며 울부짖었습니다.

이어 한 경찰관은 "너에게 몽둥이질하겠다"라고 말하고는 진압봉을 꺼내 들어 위협을 가했고, 축 늘어진 니컬스가 붙들어 일으켜지자 다른 경찰관은 얼굴에 폭행을 이어갔습니다.

니컬스는 체포된 후 고통을 호소하며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흘 뒤인 10일 신부전과 심장마비로 숨졌습니다. 그는 희귀 질환 '크론병'을 앓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해당 경찰관 5명은 모두 해고됐으며, 대배심은 전날 이들을 2급 살인과 가중 폭행 등 혐의로 기소하기로 했습니다.

니컬스의 어머니 로번 웰스는 CNN 방송 인터뷰에서 "그들은 아들을 가혹하게 구타했다"며 "온몸이 멍투성이였고, 머리는 수박만큼 부어올랐으며, 목은 부러져 있었고, 코는 S자로 휘었다. 살아남았더라도 식물인간이 됐을 것"이라고 토로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앞서 니컬스 모친과 통화해 고인의 사망에 애도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내고 "니컬스의 죽음을 불러온 구타가 담긴 끔찍한 영상을 보고 격분했으며 깊은 고통을 느꼈다"며 "검은색이나 갈색 피부를 가진 미국인들이 항상 겪는 공포와 고통, 상처와 피로감을 되새기게 된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