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권자 7만 5,000명 투표권 제한
4년마다 실시되는 대만의 지방선거에서는 지방자치단체장 9명과 지방 의원을 한 번에 뽑습니다. 대만 당국은 오는 26일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코로나19 확진자는 투표할 수 없다고 밝혔는데, 이를 두고 헌법상 투표할 권리를 침해했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대만 당국은 코로나19 확진자의 지방선거 투표를 금지하고 이를 어길 시 최고 200만 대만 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고 밝혔습니다. 우리 돈으로 약 8,700만 원입니다.
대만 당국이 코로나19 확진자의 투표를 금지하며 내건 이유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입니다.
대만의 방역 지침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5일 동안 자택 격리에 들어가야 합니다. 격리 기간이 끝난 후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일상 활동을 재개할 수 있는데, 오는 26일이 투표일인 점을 감안하면 21일 이후 확진된 사람은 투표일까지 격리되는 겁니다.
현재의 감염 추세로 볼 때 약 7만 5,000명의 유권자가 투표에 참여하지 못할 것이란 게 대만 당국의 설명입니다.
아울러 신속항원 검사에서 양성이 나왔지만 공식적으로 확진 판정은 받지 않은 사람도 투표하지 말 것을 권고했습니다. 다만 공식 확진자와 달리 이들이 투표할 경우 해당 행위를 처벌할 법적 근거는 없습니다.
이 같은 대만 당국의 조치에 헌법에 보장된 표를 행사할 권리가 침해 당했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치우어링 국제앰네스티 대만지부 사무총장은 "정부가 인용한 어떤 법도 코로나19 확진자가 헌법에 보장된 표를 행사할 권리를 막는 것을 정당화하지 않는다"며 "대만 당국의 결정은 모든 시민이 선거에서 투표하고 선출될 권리와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25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이밖에 국회의원과 인권단체들, 의료계에서도 대만 당국의 조치는 정당한 투표권 행사를 가로막는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대만 당국은 코로나19 전파 위험과 유권자들 사이 감염에 대한 공포 유발, 별도의 투표소 설치 문제 등을 이유로 확진자의 투표를 금지한다고 재차 강조했습니다.
한편, 한국은 지난 6월 치러진 제 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확진자도 사전 투표와 본 투표에 모두 참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당시 확진자는 투표가 종료된 오후 6시 이후 1시간여 추가 투표 시간에 별도로 투표를 진행했습니다.
[윤혜주 디지털뉴스 기자 heyjude@mb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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