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국왕 얼굴에 케이크 폭탄…놀란 관광객 "세상에 멈춰요"

런던 국립 미술관에 걸린 고흐의 '해바라기'에 토마토 수프를 뿌려 화제가 된 환경단체가 이번에는 런던 마담 투소 박물관에서 찰스 3세 국광 밀랍 인형에 초콜릿 케이크를 던져 또 한번 주목 받고 있다.
CNN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영국 정부의 추가 석유·가스 개발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기후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이 이날 오전 런던 마담 투소 박물관에 전시된 영국 국왕 찰스 3세 밀랍 인형 얼굴에 케이크를 던졌다고 보도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밀랍 인형을 훼손한 혐의로 소속 활동가 4명을 체포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트위터에 당시 상황이 담긴 영상을 올렸다.

공개된 영상에서 2명의 활동가는 왕족 밀랍 인형이 서 있는 연단에 올라가 갑자기 검은색 상의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단체명이 적힌 흰색 티셔츠가 나왔다. "이제 행동해야 할 때"라고 외친 이들은 찰스왕 얼굴에 차례로 초콜릿케이크를 던졌다.
밀랍인형은 케이크로 범벅이 됐고 관광객 중 한 명은 "세상에 멈춰요"라고 소리쳤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영상을 공유하며 "석유는 기후위기를 초래한다"며 "이는 일자리를 파괴하고 우리를 죽이는 행위"라고 적었다. 또 "석유와 가스를 계속 이용하는 건 대량 학살 행위와 다름없다"고 했다.
이 영상을 접한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논쟁이 펼쳐졌다.
이들의 행동이 지나치다는 입장인 네티즌들은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시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옹호하는 입장은 "석유 가스 프로젝트는 다시 한번 숙고해야 할 부분"이라고 했다.
앞서 이들 단체는 지난 14일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해바라기'에 토마토수프를 끼얹었다. 이 단체 활동가들은 지난 7월 영국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복제본과 존 컨스터블의 '건초 마차' 그림 테두리에 접착제로 손바닥을 붙이는 시위를 벌인 적도 있다.
또한 23일에는 포츠담 바르베리니 박물관에 전시된 모네의 명화 '건초더미'에 으깬 감자를 던졌다.
이 활동가들은 이후 그림 아래에 쪼그리고 앉아 미술관 벽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고정하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이 단체는 트위터에 시위 장면을 올리면서 "화석 연료를 사용하는 과정이 우리 모두를 죽이고 있다는 것을 사회가 기억하는데 그림이 필요하다면, 우리는 그림 위에 으깬 감자를 줄 것"이라는 글을 남겼다.
바르베리니 박물관 측은 유리 액자 덕분에 그림이 훼손되진 않았다며 다시 전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박물관장은 성명에서 "기후 위기에 직면한 환경 운동가들의 우려는 이해하지만 이들이 자신의 주장에 무게를 실으려고 동원한 수단에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모네의 건초더미는 독일의 억만장자인 하소 플래트너의 소장품 중 하나로 바르베리니 미술관에서 영구 대여 중이다. 이 그림은 지난 2019년 경매에서 당시 모네의 작품 중에서는 가장 높은 금액이었던 1억1100만 달러(약 1596억원)에 낙찰됐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