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플러스(OPEC+)가 다음 달부터 하루 200만배럴 규모 원유 감산을 결정한 가운데, 미국이 이를 '정치적 의도'로 규정하고 규탄에 나섰다. OPEC+는 최근 하락세를 이어간 유가 방어 목적 등을 감산 결정 이유로 내세웠지만, 실제 감산량은 목표치인 200만배럴의 4분의 1 수준에 그치면서 실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는 게 미국 측 분석이다.
미국 바이든 행정부의 에너지 안보 분야 선임 고문인 아모스 호흐슈타인 국무부 에너지 안보 특사는 23일(현지시간) 미 CBS와의 인터뷰에서 "11월부터 하루 200만배럴씩 원유 생산량을 줄이기로 한 OPEC+의 결정에 따른 실제 감산량은 그 4분의 1인 50만배럴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밝혔다. 호흐슈타인 특사는 "이에 따라 글로벌 원유 시장에 실제 미치는 영향도 현재 우려보다는 미미할 것"이라며 "OPEC+의 감산 결정에는 정치적 의도가 깔려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가 이끄는 OPEC+는 이달 초 이번 감산을 결정하면서 '국제유가 방어'를 가장 큰 이유로 들었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하면서 요동치는 원유 시장을 안정화시키고, 공급을 줄여 하락하는 유가를 반전시키겠다는 취지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지난 3월 배럴당 120달러 선까지 치솟았던 국제유가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한 경기 침체 우려 등으로 하락세를 이어가 최근 85달러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OPEC+의 이 같은 발표 이후 '근시안적 결정'이라고 즉각 반발하며 사우디와의 외교 관계를 전면 재검토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미국은 국제유가를 계속 안정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주 전략비축유 1500만배럴을 추가 방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 같은 소식에 18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3.1% 하락한 배럴당 82.82달러에 거래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내 휘발유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필요하다면 추가 방출도 얼마든지 고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호흐슈타인 특사는 "미국은 이미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전략비축유를 언제든지 추가 방출할 수 있다"며 "그 누구도 OPEC+의 이번 감산 결정이 경제적 이유에 기반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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