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44일 만에 사임을 발표해 영국 역사상 '최단명 총리'라는 불명예를 안게된 리즈 트러스 총리가 매년 11만5000파운드(1억8000만원)의 총리 연금을 받는다고 영국 인디펜던트는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영국 총리는 퇴임 이후 매년 '공공직무비용수당(PDCA)'을 받는다.
PDCA는 1990년 '철의 여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 퇴임을 계기로 만들어졌다. 퇴임 후에도 공적인 활동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 이에 들어가는 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다.
수당은 매년 최대 11만5000파운드로 2011년 이후에는 변동이 없다.
현재까지 영국에서는 6명의 전임 총리가 PDCA를 받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트러스 총리가 '짧은 임기'로 불명예 퇴진하기 때문에 지급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다.
크리스틴 자딘 자유민주당 대변인은 "트러스의 유산은 경제적 재앙"이라며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승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백만명의 국민들에 고통을 줬다"고 말했다. 따라서 "트러스 총리는 총리 연금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감세 정책으로 금융시장의 혼란을 초래한 트러스 총리는 이날 오전 런던 총리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취임한지 44일 만이다.
[사진출처 = 연합뉴스]
트러스 총리는 기자회견에서 "경제적으로나 국제적으로 매우 불안정한 시기에 취임했다"며 "선거 공약을 지킬 수 없어 물러난다"고 말했다. 또 "다음 주 후임자가 결정될 때까지 총리직을 유지하겠다"며 "차기 지도자 선거는 다음 주에 마친다"고 말했다.작은 정부를 표방한 트러스 총리는 지난달 부자 감세를 포함한 연 450억파운드 규모의 감세 조치를 발표했다.
이는 시장 상황과 역행하는 행보로 발표 이후 파운드화 가치와 국채 가격이 하락하는 등 각종 부작용이 이어져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이에 트러스 총리는 감세안을 발표한 콰시 콰르텡 재무장관을 경질하고 제러미 헌트 전 외무장관을 새 재무장관으로 세우는 등 반전을 노렸으나 상황은 더욱 악화했다. 새로 부임한 헌트 장관은 이달 기존 감세안의 상당 내용을 철회하며 트러스 총리와 대립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설상가상 수엘라 브레이버먼 영국 내무장관도 "실수에 책임을 지겠다"며 "현 정부 방향이 우려된다"는 메시지와 함께 19일 사임 의사를 밝혔다.
이후 금융시장은 안정화 됐지만 보수당의 상징인 마거릿 대처 전 총리를 롤모델로 '철의 여인'을 꿈꿨던 트러스 총리는 신뢰를 회복하지 못하고 44일이라는 역대 가장 짧은 재직 기간이라는 '불명예 총리'로 남게 됐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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