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생방송 도중 갑자기 난입해 '전쟁 반대'라고 적힌 팻말을 들었던 러시아 여성 언론인이 유럽으로 탈출하는 데 성공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은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마리나 오브샤니코바의 변호를 맡은 드미트리 자흐바토프 변호사는 "오브샤니코바와 그의 딸이 러시아를 떠났다"며 "지금 그들은 유럽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브샤니코바는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을 때까지 기다리고 있다"며 "러시아를 탈출하는데 성공했지만 여전히 그는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브샤니코바는 지난 3월 러시아 국영TV 채널1 뉴스 생방송에 납입해 전쟁에 반대하는 내용의 피켓시위를 펼쳤다.
영어와 러시아어로 쓰여진 피켓에는 "전쟁 반대(No War)"라는 구호가 영어로 적혀 있다. 또 "전쟁을 멈춰라, 선전을 믿지 마라, 그들은 여기에서 당신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가 러시아어로 쓰여 있다. "전쟁에 반대하는 러시아인들"이라는 단어는 다시 영어로 적혔다.
이 시위자는 뉴스 앵커가 계속해서 뉴스를 전하자 "전쟁을 멈춰라. 전쟁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이 시위자의 모습은 몇초간 방송에 노출됐고 이후 제작진이 다른 뉴스로 화면을 전환하면서 사라지게 됐다.
채널1은 러시아에서 가장 큰 국영 방송으로, 시위자가 난입한 뉴스 프로그램은 매일 수백만명의 러시아인이 시청한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사건 이후 해당 방송국은 "뉴스와 관련이 없는 여성이 방송에 등장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내부 점검을 실시하고 있다"는 짧은 입장을 내놓았다.
이 시위로 그는 3만 루블(약 75만원)의 벌금형을 받았지만 계속 반전 시위를 했다.
지난 8월에는 크렘린 궁 맞은 편에서 '푸틴은 살인자' '그의 군대는 파시스트'라는 팻말을 들고 항의하기도 했다.
이 일로 오브샤니코바는 가택연금 처분을 받고 재판에 넘겨졌으며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받을 위기에 처해있었다.
결국 오브샤니코바는 딸과 함께 러시아를 탈출했다. 러시아 내무부는 오브샤니코바의 사진을 공개하고 수배 명단에 올렸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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