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 n번방' 사건 또 발생…한국 n번방 사건 다큐멘터리 시청·수법 기록

피해자 10세부터 70세까지 다양
지난해 징역 106년형 선고받은 린허쥔과 범행 유사

대만에서 소셜미디어(SNS)와 영상통화 앱을 이용한 '대만판 n번방'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오늘(14일) 자유시보와 중국시보 등 대만 언론은 대만 남부 타이난 지검이 전날 광고회사에서 동영상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40대 남성 장 모 씨를 '아동·청소년 성 착취 방지법률' 등을 위반한 혐의로 구속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지 경찰에 따르면 장 씨는 2017년부터 올해까지 5년 간 여성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음성변조기를 이용해 피해자들에게 SNS로 접근했습니다. 또 위조 사진과 명함을 이용해 여성 매니저 혹은 여성 작가로 피해자들에게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지인이 매니지먼트 업체를 운영하는데 모델을 찾고 있다며 연락을 취해 피해자들에게 화상 면접을 핑계로 옷을 벗도록 하고 몰래 영상을 촬영했습니다. 이후 장 씨는 다시 피해자들에게 연락해 나체 사진과 영상 등을 보내고 학교, 직장 등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했습니다.

경찰은 20대 피해자 5명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1차 조사 결과 10~70세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피해자 500여 명의 사진을 발견했다며 추가 피해가 있다면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습니다.

특히 대만 언론에 따르면 장 씨는 한국의 'n번방 사건' 관련 다큐멘터리를 시청했으며, 사기 수법을 메모한 노트도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린허쥔.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에도 대만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미성년자를 협박해 나체사진이나 외설스러운 사진 촬영을 요구한 대만국립대학교 20대 의대 예비 대학원생 린허쥔이 2심에서 징역 106년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린허쥔은 2014년 5월부터 3년 2개월에 걸쳐 초등학생을 포함한 피해자 80여 명을 상대로 범행했으며 이 중 가장 어린 피해자는 8세인 것으로 알려져 당시 대만 여론도 반발이 컸습니다.

장 씨와 린허쥔은 범행 수법도 유사합니다. SNS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사진으로 호감을 쌓고 친분을 쌓은 뒤 사진을 전송받으면 공개 및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식입니다. 린허쥔은 당시 120기가바이트 용량의 성 착취 사진과 동영상을 갖고 있었으며, 이번 장 씨 역시 경찰이 컴퓨터 1대와 휴대전화 2대, 1테라바이트 용량의 외장 하드를 압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지난해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n번방 사건'의 조주빈은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성 착취 영상물을 제작·유포하고 범죄 수익을 은닉한 혐의로 징역 42년을 확정받았습니다.

[정희우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mango1998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