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1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세계 2차 대전 이후 처음으로 동원령을 내린 후 길거리에 주인 잃은 반려견과 반려묘가 급증했다고 현지 매체가 7일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을 대상으로 부분 동원령을 발동하면서 이를 피하기 위해 해외로 탈출하거나 징집으로 군에 간 시민들이 급증하면서 주인 잃은 반려동물이 길거리에 쏟아져 나왔기 때문이다.
현지 매체는 비단 거리 뿐 아니라 공항이나 주인이 떠난 빈집 등에서도 홀로 남겨진 반려동물들이 발견되고 있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무작정 동물보호소로 전화해 "개를 맡아주지 않으면 유기하거나 죽이겠다"고 협박하기도 한단다.
한 지역 동물보호 민간단체 대표인 엘레나 스타르코바는 "동물들에 대한 사람들의 잔인한 행위가 최근 많이 늘었다"고 토로했다.
러시아 서부 크라스노다르 주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지역 사회관계망서비스에는 "길에 버려진 개를 발견했다. 주인을 찾아 줘야 한다"는 내용의 글이 자자 올라오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동원령이 내려진 이후 유독 길거리를 떠도는 개들이 많이 늘었다고 했다.
동물보호 활동가들은 날씨가 추워지면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길거리를 떠도는 개와 고양이들이 걱정된다며 하지만 이미 돌볼 곳은 포화 상태라고 우려했다.
상황이 이러자 러시아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인테르팍스 통신에 따르면 극동 아무르주는 징집된 시민들이 기르던 반려동물을 임시로 수용할 수 있는 보호소 8곳을 운영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아무르주 관계자는 "징집된 주민들은 다른 대안이 없으면 보호소에 반려동물을 맡길 수 있다"고 전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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