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록 서명 위해 줄서는 사진 게시했다가 비판 받아
홍콩 추모 열기로 조문객 19일까지 받기로 연장
홍콩 추모 열기로 조문객 19일까지 받기로 연장
홍콩 유명 월극(粤剧) 가수가 자신의 SNS에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을 추모하는 사진과 글을 올렸다가 중국 누리꾼들의 거센 비판을 받아 사과했다고 AFP 통신이 16일 전했습니다.
월극(cantonese opera)은 중국 절강과 상해, 강소 지역 등 남부 지역의 전통 연극으로 경극, 곤극, 천극과 더불어 4대 전통극 중 하나입니다.
광둥성과 홍콩, 마카오 등 광둥어권에서 주로 공연되는 월극은 종합무대예술이라는 점에서 경극과 유사하지만, 광둥어를 쓰는 것이 차이점입니다.
홍콩 월극계를 대표하는 가수 러카르잉(76) 씨는 주홍콩 영국 총영사관에 배치된 엘리자베스 2세 조문록에 서명하기 위해 영사관 앞에 줄을 서고 있는 자기 모습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리며 "여왕의 통치 기간 홍콩은 축복받은 땅이었다"라는 말과 함께 게시했습니다.
중국에서 인스타그램 사용이 금지됐으나 해당 게시글은 중국 인터넷에 멀리 퍼져나가 현지 국수주의자들 사이에서 비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결국 그는 15일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를 통해 자신의 태도가 경솔했다고 사과하며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습니다.
그는 "내가 게시물을 올린 의도는 돌아가신 여왕에게 조의를 표하는 것이었기에 (내가 말한 것을) 과도 해석하지 말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나는 내 출신과 조상을 잊을 수 없고, 내가 지금껏 중국 여권을 보유하고 있는 것이 이를 말해준다"며 "나는 중국인으로서 조국을 영원히 사랑한다. 충분히 생각하지 않고 애도의 말을 전해 죄송하다"고 말했습니다.
러씨의 거듭된 사과에도 중국 누리꾼은 "아내로부터 배워라"라며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러씨의 아내 리자 왕도 50년 경력의 배우로 활동했고, 대의원으로서도 정치적으로 관여했습니다. 그녀는 20년 동안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의 홍콩 대표단으로 활동했습니다.
한편, 홍콩에서는 '보스 레이디'가 떠났다며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대한 추모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홍콩 주재 영국 총영사관 앞에는 추모 헌화가 가득 쌓였고, 영사관이 마련한 조문록에 서명하기 위해 많은 사람이 연일 줄을 서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총영사관은 16일까지 받기로 했던 조문객을 19일까지 받는다고 공지했고 16일 조문 시간도 3시간 연장했습니다.
또 마카오에서도 현지 주민의 요청으로 14일과 15일에 지역 내 예배당에서 조문객을 받기도 했습니다.
홍콩의 친중 매체 대공보는 13일 발표한 논평에서 "반중 요소와 반중 매체들이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추모를 부추기면서 식민지 통치를 눈가림하고 있다"며 "엘리자베스 2세에 대한 홍콩 추모 열기는 곧 중국에 대한 반감"이라고 비판했습니다.
[김지영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jiyoungkim472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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