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죽어가는 언니의 계좌에서 돈 찾으러 와"
최악의 경제난 겪는 레바논, '뱅크런' 현상 막고자 대부분 예금 인출 제한
최악의 경제난 겪는 레바논, '뱅크런' 현상 막고자 대부분 예금 인출 제한
중동국가 레바논에서 은행 당국이 예금 인출을 제한하자 한 여성이 장난감 총을 들고 난입했습니다.
1일(현지시간) 현지 언론과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께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에 있는 블롬은행 지점에 검은색 옷을 입은 여성이 총을 들고 등장했습니다. 여성은 "병원에서 죽어가는 언니의 계좌에서 돈을 찾으러 왔다"며 "나는 누군가를 죽이거나 쏘려고 온 게 아니다. 그저 나의 권리를 주장하러 왔다"고 말했습니다.
함께 온 '예금자 절규'의 운동가들은 은행 곳곳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는 행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 않았지만, 여성은 결국 은행 창구에서 1만 2,000 미국 달러와 1,000달러에 해당하는 레바논 파운드화를 받아들고 건물 뒤쪽으로 빠져나갔습니다.
살리 하피즈라는 이름의 이 여성은 자신의 예금 인출 과정을 페이스북으로 생중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들고 간 권총은 조카의 장난감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2019년부터 시작된 레바논의 경제난은 코로나19 대유행과 2020년 베이루트 항구 대폭발, 우크라이나 전쟁 등 악재를 만나면서 사상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레바논 파운드화 가치는 90% 이상 폭락했습니다. 이에 레바논 은행들은 '뱅크런(은행의 예금 지급 불능을 우려한 고객들의 대규모 예금인출 사태)'을 막기 위해 대부분 고객의 예금 인출을 제한해왔습니다.
이로 인해 지난달에도 한 남성이 베이루트의 한 은행에 소총을 들고 난입해 아픈 아버지의 병원비가 부족하다며 20만 달러의 예금 인출을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예금을 찾기 위해 은행을 위협했던 사람들은 일시적으로 구금됐다가 곧 풀려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람들은 이를 측은하게 여기거나 영웅 취급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하피즈 역시 SNS에서 영웅으로 급부상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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