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북동부에 위치한 항구 알렉산드루폴리스가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미국과 러시아가 치열하게 경쟁하는 요충지로 급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1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알렉산드루폴리스는 인구 6만의 한적한 도시로 흑해에서 마르마라해를 거쳐 에게해로 나가는 지점에 있다.
앙숙관계인 튀르키예를 비롯해 불가리아 국경과도 가깝다.
우크라이나 전쟁 전부터 알렉산드루폴리스를 중요한 무기 운송 거점으로 활용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미국은 지난해 이곳을 통해 탱크, 트럭, 대포 등 약 3100건의 전쟁 물자를 수송했다. 이는 2020년 보다 14배 많은 규모다. 올해는 이미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군수 물자들이 수송된 것으로 알려졌다.
항구에서 미군 화물을 감독하는 관계자는 "우리가 이곳을 역동적인 군사 활동 중심지로 변모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지 주민들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미군의 안보 거점이 되면서 이웃국인 불가리아나 루마니아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며 앙숙인 튀르키예를 견제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스와 정교회라는 종교적 연결고리로 오랜 관계를 유지해 온 러시아는 대놓고는 지원할 수 없지만 기업과 연계를 통한 영향력 확대를 시도중이다.
항구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물밑 접촉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실제 NYT는 이곳 항구의 주도권을 두고 경쟁하는 기업 4곳 가운데 2곳이 러시아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지아 출신 그리스계 러시아 부호인 이반 사비디스가 운영하고 있는 기업과 러시아 국영 가스회사인 가즈프롬의 그리스 협력사인 코펠루조스 그룹이다.
사비디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찍은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릴 정도로 친러 인물이다.
코펠루조스 그룹은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공항을 지었다.
나머지 2곳은 미국 기업이다.
NYT는 알렉산드루폴리스가 미국과 러시아 양쪽으로부터 실리를 취하려고 한다며 이는 흑해 항로를 대신할 새로운 공급선의 시발점이 되기를 바라는 현지 사람들의 생각과 맞물려 있다고 분석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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