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가 하원의장이라 야단법석 떨었단 것 핑곗거리일지도 몰라"
중국 위협에도 강경 기조 유지…이전에도 톈안문 비난
중국 위협에도 강경 기조 유지…이전에도 톈안문 비난
중국의 거센 반발에도 대만행을 강행하며 대중 외교에서 강력한 입장을 취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이 '중국이 대만 방문을 두고 지나치게 분노한 것이 자신이 여성이기 때문'이라는 발언을 하며 다시 한 번 강한 태도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4일(한국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보도한 바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의 발언은 지난 3일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만난 자리에서 나왔습니다. 미 의회 최초의 여성 하원의장인 자신과 대만의 첫 여성 총통인 차이잉원의 만남을 두고 "여성의 리더십에 자부심을 가질 순간"이라며 입을 뗀 펠로시 의장은 자신의 대만행을 시작으로 더 많은 미국 의원들의 대만 방문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펠로시 의장은 "(중국은) 내가 하원의장이기 때문에 야단법석을 떨었다고 하지만, 나는 그게 이유나 핑곗거리일 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며 "왜냐하면 그들은 남자들이 왔을 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중국의 태도를 지적했습니다. 이 같은 펠로시 의장의 발언은 지난 4월 밥 메넨데스 상원 외교위원장과 5명의 상원 의원이 대만을 방문했을 당시엔 이번 펠로시 의장의 대만행처럼 거센 반발이 나오지 않았음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됩니다.
중국이 지난 4월 미국 상원 의원들의 방문 당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고 한 발언은 정확한 사실은 아닙니다. 당시에도 중국은 소규모로 군사 훈련을 진행하고 비판 성명을 내는 등 반발 의사를 표출하긴 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펠로시 의장의 방문 때처럼 "불장난하면 타죽는다" 등 거친 표현을 사용하며 군사도발에 대한 위기감까지 조성하지 않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대만을 방문한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 / 사진=로이터통신
이외에도 펠로시 의장은 차이잉원 총통을 만난 자리에서 "중국은 사람들이 대만에 오는 것까지 방해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중국의 반발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습니다. 이는 앞서 중국의 반격 예고에 "(중국의) 어떤 위협에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변함없이 강경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흐름을 같이합니다.
미국 정계에서 '할 말은 하는 강경 정치인'으로 평가되는 펠로시가 중국에 비판을 가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그는 1991년 베이징 방문 당시, 톈안문 광장에서 열린 민주주의 시위를 유혈 진압한 중국 정부를 비판하기 위해 '중국의 민주주의를 위해 죽어간 이들에게'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추모 성명을 낭독하다 공안에 잡혀 구금된 적이 있는가 하면, 올해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는 '신장 위구르족 탄압'을 이유로 외교 보이콧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대만문제를 두고 갈등이 불거진 미국과 중국은 양국의 지도자들이 모두 중요한 정치 행사를 앞두고 있어 어느 한쪽이 먼저 양보하기 쉽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오는 10월 중국공산당전국대표대회에서 3연임하는 것을 목표로 해 '강력한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세우고 싶어하고, 바이든 대통령 역시 오는 11월 상하원 의원과 주지사를 선출하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어 중국에 굽히지 말라는 미국 내 여론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권지율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wldbf992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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