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북부가 최악의 가뭄으로 물이 부족해지자 고객의 머리를 두번 감기는 미용사에게 고액의 과태료를 물리는 지침까지 내렸다고 현지 일간 코리에레델라세라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리에레델라세라에 따르면 이런 지침이 나온 곳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이 있는 이탈리아 북부 볼로냐 인근 소도시 카스테나소다. 지난 25일 이러한 지침을 발표한 카를로 구벨리니 카스테나소 시장은 폭염이 이어지면서 가뭄 피해가 커지고 있지만 미용실 등은 '머리를 두번 감기'는 등 매일 수천ℓ의 물을 낭비한다고 지적했다.
이 도시에는 약 1만6000명이 살고 있으며 이발소와 미용실은 총 10곳인 것으로 알려졌다.
시 당국은 이 지침을 위반한 사례가 적발된 경우 해당 미용실이나 이발소에 최대 500유로(7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기로 했다.
이번 지침의 효력은 9월까지다.
시장은 "소도시이기에 망정이지 대도시였다면 허비되는 물의 양은 어마어마할 것"이라며 이번 조치의 취지를 설명했다.
시장의 이같은 조치에 미용실과 이발소는 반발하고 나섰다.
한 미용사는 "손님의 머리 상태에 따라 상황이 다른데 이를 한번으로 강제 규정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미용사는 "머리 길이, 상태 등에 따라 물의 양이 천차만별인데 한번만 하라는 것은 상식에 어긋난다"고 지적한다.
이런 불만이 나오자 구벨리니 시장은 만료 시한인 9월까지 이런 조치를 수정할 수 있기를 바란다면서 "정말 상황이 심각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경작지에 필요한 저수량이 오는 29일분까지 확보돼 있다"며 "7월부터는 상황이 급격히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이탈리아는 지난 겨울부터 눈과 비가 거의 내리지 않은 탓에 가장 긴 강인 포강의 수량이 평소보다 최대 80% 줄어들었다. 일부 지역에서는 바닥이 드러나기도 했다. 길이 652㎞의 포강은 이탈리아 최대 곡창지대인 롬바르디아 평야의 젖줄 역할을 하는 중요한 수자원이다.
이에 아틸리오 폰타나 주지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역사상 최악의 가뭄이라며 비상사태 선포했다.
롬바르디아주 주도인 밀라노시도 식수용을 제외한 시내 대부분의 분수 운영을 잠정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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