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집 안 가득 찼는데도 사람들 밀려들어…"인원 통제 전혀 안 됐다"
사람 쓰러져도 밀쳐놓고 계속 광란의 춤판 벌여…독극물 피해 가능성도 조사
사람 쓰러져도 밀쳐놓고 계속 광란의 춤판 벌여…독극물 피해 가능성도 조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동남부에 위치한 항구도시 이스트런던의 한 술집에서 십대 21명이 집단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더시티즌을 비롯한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십대 사망자들은 13~17세로, 소년 12명과 소녀 9명이었습니다. 현재 경찰에서 추정하는 이들의 사망 시각은 휴일 오전 2시 13분부터 4시 사이입니다.
베헤키 첼레 남아프리카공화국 경찰장관은 이들의 죽음을 두고 "그들은 말 그대로 죽을 때까지 춤을 췄다"며 이들이 술에 취한 채 과도하게 여흥을 즐기다 사망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첼레 장관은 "그들은 춤추다 쓰러져 죽었고, 춤을 추다 쓰러지지 않은 사람들은 어지럼증을 느끼고 소파에서 잠자면서 죽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들이 쓰러졌는데도 다른 사람들은 이들을 신경쓰지 않고 한쪽으로 밀쳐놓은 채 계속 춤을 췄다면서, "그들은 모두 아이들이었다. 누군가는 그들을 주목했어야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조사를 위해 사건 현장을 방문한 법의학 전문가들 / 사진=연합뉴스
집단 사망 사건이 발생한 에뇨베니 술집은 밤늦게까지 영업하고 소음이 심각한 곳으로 이전에도 여러 번 인근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되어 온 곳이었습니다. 이날 술집은 학교 시험을 마친 학생들의 모임에 DJ의 생일과, 최근 코로나19 관련 마스크 쓰기 방역규제가 전면 해제된 것을 자축하는 것까지 더해져 더욱 상기된 분위기였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당시 술집 안이 1, 2층 모두 꽉 차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밖에서는 술집 안으로 들어오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었고, 입구를 지키는 인원이 두 명밖에 되지 않아 인원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진술도 나왔습니다.
사건 발생 당시 주류 판촉으로 술집에 고용돼 있던 시노부유 모니아네(19)는 "스프레이를 공중에 살포한 냄새 같은 게 강하게 났다. 누군가 '질식하고 있다'며 '죽어가고 있다'고 소리쳤는데 술집을 가득 메운 사람들 때문에 도저히 문까지 헤쳐나갈 수가 없었다"면서 자신도 어느 순간 쓰러졌는데 누군가 찬물을 퍼부어 준 덕분에 깨어날 수 있었던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또 당시 술집 안에서 음악을 틀던 DJ는 "장내가 너무 혼란스러워 음악을 껐음에도 광란의 춤판이 멈추지 않았다"며 사건 당시 촉박하고 심각했던 상황을 전했습니다.
슬픔에 빠진 사망자 유족들 / 사진=연합뉴스
십대들이 20명 넘게 집단 의문사한 전례 없는 사고가 발생한 만큼, 남아공 경찰은 현지 경찰과 함께 최대한의 경찰력을 수사에 투입해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는 중입니다. 또 일부 생존자들이 술집 내에서 이상한 스프레이 냄새가 살포돼 숨을 쉬기 어려웠다고 진술했고, 병원으로 옮겨진 대부분의 생존자들이 요통과 가슴 조임 증세, 구토와 두통 증세를 보인 만큼 독극물 중독 여부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조사할 방침입니다. 또 이스트런던이 위치한 이스턴케이프주의 주류협회는 해당 술집 주인에게 18세 이하의 청소년에게 주류를 판매하는 것이 위법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 술을 판매해 죽음에 이르게 한 책임이 있다며 고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입니다.
한편, 남아공은 세계보건기구(WHO)의 2019년 자료에 따르면 연간 1인당 음주량이 28.9L로,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음주량이 높은 국가입니다. 주목할 만한 점은 남아공 인구의 절반 이하는 알코올을 일절 마시지 않는 성향을 갖고 있다는 것입니다. 남아공의 공중보건의 수전 골드스타인 교수는 "(남아공의 절반 이하는 알코올을 마시지 않는데도) 남아공의 음주량이 세계 5위라는 것은 절반 가량의 남아공 음주자들이 '중독' 수준으로 폭음한다는 뜻"이라고 지적하며 "술집 출입이 금지된 십대까지 새벽녘까지 음주하고 춤추는 상황은 통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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