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 참상 알렸던 사진 속 '그 소녀'…근황 전했다

사진 속 주인공 판티 낌푹·당시 사진 촬영한 닉 우트, CNN과 인터뷰
낌푹·우트, 평화 메시지 전달에 힘써
낌푹, '낌 국제재단' 만들어 전쟁 겪는 아이들 도와

베트남 전쟁의 참상을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진 속 주인공이 근황을 공개했습니다.

1972년 6월 8일 당시 9살 소녀였던 판티 낌푹(59)은 북베트남군과 월남군 간에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던 남부 짱방지역의 한 마을에 은신하고 있었습니다. 낌푹이 은신 중이던 사원으로 네이팜탄이 날아왔고 주변은 불바다가 됐습니다. 이때 네이팜탄의 불길이 낌푹의 왼팔에 옮겨붙었고, 그는 자신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던지고 도망쳤습니다.

베트남 전쟁의 끔찍한 현실을 알렸던, 벌거벗은 채 울며 달려오는 소녀의 모습이 담긴 흑백 사진 속 인물이 바로 낌푹입니다.



미국 CNN은 현지 시각으로 어제(8일) 이러한 장면을 포착해 세상에 알린 사진기자 닉 우트(71)와 낌푹과의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이 사진으로 인연이 시작된 우트와 낌푹은 각각 미국 로스앤젤레스와 캐나다 토론토에 살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연락하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전쟁 이후 50년이 흐른 지금까지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함께 힘쓰고 있습니다. 두 사람은 지난달 교황청을 함께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네이팜탄 소녀(원제 '전쟁의 공포')' 사진 복사본을 전달했습니다.

우트는 이번 인터뷰에서 “베트남에서 사진을 찍었을 때는 (지금보다) 모든 것이 훨씬 느렸다. 소셜미디어도 없었던 시절”이라며 “사진이 넘쳐나는 지금도 진실을 전달하고 전 세계에 알리는데 사진은 즉각적인 효과를 발휘하며 강력한 힘을 지녔다”고 했습니다.

낌푹은 “네이탄팜 공격을 받은 지 50년이 지난 지금, 더는 전쟁 피해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감사하다"며 "나는 생존자이고, 평화를 위해 일할 기회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판티 낌푹(오른쪽)의 최근 모습. 왼쪽은 사진을 찍은 사진작가 닉 우트. / 사진=CNN 캡처

낌푹은 역사적 순간을 담은 사진 속의 주인공이 된 자신의 삶이 버거운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의사를 꿈꾸고 의대에 진학했지만 베트남 정부의 정치적 선전도구로 이용됐다"며 "전국 각지에서 기자들이 찾아와 인터뷰를 요청하기도 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후 1992년 캐나다로 망명한 낌푹은 자서전 '사진 속의 소녀'를 출간, 자신의 어린 시절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상처를 극복했고, '낌 국제재단'을 만들어 전쟁을 겪는 아이들을 돕기 시작했습니다. 1997년엔 유네스코가 임명한 유엔평화문화친선대사가 돼 전 세계에서 평화의 메시지를 전했습니다.

낌푹은 “우트가 역사의 순간과 전쟁의 공포를 기록해줘서 감사하다"며 "그 순간을 통해 다른 사람을 돕겠다는 꿈을 갖고 살아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