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아스펜 파마케어가 존슨앤존슨과 손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생산에 들어가면서 대륙의 환영을 받았지만 6개월 만에 이 공장이 수요 부족으로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고 영국 언론 파이낸셜타임즈가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큰 백신 제조공장의 미래가 불확실한 가장 큰 이유는 아프리카 주민들이 백신의 필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부스터샷 접종률이 5%에 그치고 있다. 6000만 인구 가운데 예방접종을 2회 이상 접종한 사람들은 3분의 1도 되지 않고 있다.
WHO는 오는 6월까지 전체 인구의 70%에게 코로나 백신을 2회 완전 접종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아프리카에서는 모로코와 르완다 단 두 곳만 이 목표치에 근접하고 있다. 아프리카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나이지리아는 8.1%, 두번재로 큰 나라인 에티오피아는 18.5%다. 아프리카 전체로 보면 접종 완료율은 17.4%에 그치고 있다.
존 은켄가송 아프리카 질병통제예방센터 소장은 "2022년 중반의 목표치 70%는 분명히 아프리카 대부분의 국가에서 달성할 수 없지만 연말까지는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 대륙의 코로나 사망자수는 열악한 의료 환경에도 불구하고 다른 대륙보다 적었다. WHO 자료를 보면 아프리카는 전세계 인구의 16.7%를 차지하고 있지만 코로나 대유행 기간 발생한 전세계 1490만명의 과잉 사망자 중 8.3%만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아프리카의 평균 연령이 19.7세로 유럽의 42.5세에 비해 훨씬 젊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하지만 낮은 백신 접종률은 코로나 바이러스가 풍토병화된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코로나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파이낸셜타임즈는 지적했다.
아프리카의 보건 당국 관계자들은 이미 기존에 코로나에 감염된 확진자수가 많은 점도 코로나 백신에 대한 접종 유인을 낮추는 요인으로 보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전인 지난해 말까지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전체 인구의 3분의 2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오미크론에 이어 오미크론 하위 변종까지 확산하면서 피로감이 팽배해져있는 점도 문제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 이후 일반인들의 경계감이 확연히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카메륜의 전염병학자 얍 붐 박사는 "대부분의 아프리카인들이 감염을 거치면서 위험성에 대해 낮은 인식을 갖게 됐고 여기에 백신에 대한 불신까지 겹치면서 사람들이 백신을 접종하려 하지 않고 있다"라며 "코로나는 아프리카에서 우선순위가 크게 떨어졌다.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나라도 많은데 여기서 코로나를 우선시하겠느냐"고 말했다.
[고득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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