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어지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회담이 지지부진하면서 3일 동안 하락세를 보였던 국제유가가 다시 100달러를 돌파했다. 러시아산 원유 공백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도 유가 상승에 기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17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7.94달러(8.4%) 오른 배럴당 102.98달러에 거래됐다. 종가 기준 배럴당 100달러를 넘은 것은 3거래일 만이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5월물 브렌트유 가격도 8.62달러(8.79%) 급등한 배럴당 106.6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우크라이나와 종전 등을 위한 협상을 이어온 러시아가 이날 회담에 진전이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를 부인하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와의 협상에서 일부 진전이 있었다는 언론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회담은 계속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양국의 평화회담으로 우크라이나 사태가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면서 국제유가는 10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가는 등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15일 WTI 가격은 전장보다 6.4% 떨어진 배럴당 96.44달러에 거래됐다. WTI 가격이 배럴당 100달러 아래로 내려간 건 이달 1일 이후 처음이다. 브렌트유 가격도 꾸준히 하락해 배럴당 99.91달러에 거래되는 등 3주 만에 100달러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평화 협상이 지지부진하고 투자자들 사이에서 러시아산 원유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는 다시 100달러 선 위로 치솟았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6일 오는 4월부터 하루 300만 배럴 규모의 러시아산 원유 및 석유제품 생산이 중단되면서 세계 경제가 잠재적인 공급 위기에 빠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IEA는 보고서를 통해 "러시아산 원유 공백의 심각성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장기화하고 러시아산 원유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지 못할 경우 국제유가가 올해 말 배럴당 200달러까지 급등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피에르 앙듀랑 헤지펀드 매니저는 "만약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지금 중단된다고 해도 러시아산 원유가 세계 시장에 당장 원활하게 공급되지는 않을 것"이라며 "원유에 대한 수요가 충분히 감소하기 전까지는 유가가 계속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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