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법부 "나이·건강 고려"…이란혁명으로 영국이 못 갚은 부채 상환
이란에서 체제 전복 모의 죄로 6년가량 감옥에 있었던 영국 자선단체 활동가 나자닌 자가리-랫클리프가 성방됐습니다.
리즈 트러스 영국 외무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자가리-랫클리프와 그와 함께 약 5년간 잡혀있던 활동가 아누셰 아수리가 영국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트러스 장관은 모라드 타바즈도 4년 만에 풀려났지만, 아직 출국허가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들은 모두 영국-이란 이중국적자입니다.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이란의 이란의 자비홀라 호다이안 사법부 대변인도 "수감자들의 나이와 건강 상태를 고려해 조건부 석방을 승인했다"고 했습니다.
영국인과 결혼한 자가리-랫클리프는 2016년 4월 두돌이 안 된 딸과 함께 친정 가족을 만나러 이란을 방문한 뒤 영국으로 돌아가려다 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그는 이란 정권을 '조용히 전복'하려는 계획을 짜 안보를 위협했다는 혐의를 받아 2017년 1월 징역 5년을 선고받았습니다. 자가리-랫클리프는 지난해 3월 형을 마쳤으나 이란 사법부는 다른 혐의로 그를 기소해 징역 1년을 추가로 선고받기도 했습니다.
아수리는 2017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를 도운 혐의 등으로 징역 12년형을 선고받고 에빈교도소에 복역 중이었습니다.
트러스 장관은 이들 석방과 43년 전 이란에 갚지 못한 빚 상환 문제 해결을 위해 지난 6개월간 집중적인 외교적 노력을 기울였다고 말했습니다. 해당 부채는 1979년 이슬람혁명이 일어나기 전에 영국이 이란 팔레비 왕정과 맺은 전차 도입 계약과 관련해 발생한 것입니다.
1976년 당시 팔레비 왕정이 영국 전차 1,500대를 사기로 계약하고 대금을 지급했지만, 185대만 인도되고 1979년 이란에서 이슬람혁명이 나자 영국이 계약을 이행하지 못했습니다.
이란은 꾸준히 영국에 미인도분을 환급하라고 요구했고, 2002년 영국 법원에 이 돈이 공탁됐지만 이란으로 송금되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영국은 미국의 제재를 이유로 4억 파운드 규모 부채를 상환할 수 없다고 주장해왔습니다. 영국 정부는 이번에 빚을 갚으면서 자금이 인도주의적 목적으로만 사용돼야 한다고 단서를 붙이기도 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