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방법 밖에 없었다"…딸 손자 구하려 우크라 국경 넘은 미국 아빠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에 갇힌 19살 딸과 생후 8개월 된 손자를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은 미국인 아버지의 사연이 소개돼 안타까움과 함께 감동을 주고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피치버그에 사는 윌리엄 허버드씨가 주인공이다.
AP통신은 13일(현지시간) 허버드씨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딸과 손자를 구하기 위해 이달 초 폴란드 남부에서 도보로 국경을 넘어 우크라이나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그는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인근에 있는 딸과 손자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오기 위해 전쟁지역에 진입했다. 차를 얻어 타고 르비우까지 이동한 그는 다시 열차를 타고 키이우로 들어가 딸과 재회할 수 있었다.

2016년부터 우크라이나 키이우 무용대학에서 발레를 전공한 그의 딸 에이슬린은 지난해 아들 세라핌을 출산했다.
이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허버드씨는 딸과 손자를 미국으로 데려오려 했으나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에이슬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우려해 자연 분만을 택했던 터라 세라핌에게는 여권도 출생증명서도 없었던 것이다. 이에 허버드씨는 친자 확인을 통해 세라핌의 신분을 확인하려고 우크라이나에 가려 했지만 무산 됐고 그런 사이 전쟁이 났다.
딸과 손자를 구하기 위해서는 직접 키이우에 들어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내린 그는 천신 만고 끝에 목적지에 도착해 이들을 지난 11일 우크라이나에서 탈출시킬 수 있었다.
그는 "아빠로서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이라며 "가족을 돌보는 것이 아빠가 할 일"이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이상규 매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