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군이 최근 우크라이나를 3면에서 포위한 형태로 병력과 장비를 집결시키면서 우크라이나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난 13일 현지를 벗어난 전세기가 최소 20대에 이르는 등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기업인의 탈출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민간에서는 79세 여성도 전투 프로그램에 등록해 혹시라도 발생할 러시아 침공에 대비하는 상황이다.
14일(현지시간) 모스크바타임스는 우크라이나 현지 언론을 인용해 지난 주말인 13일에 우크라이나 정치인과 기업인을 태운 전세기가 키예프에서 출발하는 등 최소 20대의 전세기가 현지를 떴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6년 이래 최다치다.
보도에 따르면 이 전세기엔 우크라이나 친러시아 정당인 인생을위한야권연단(OPZZh) 부대표인 이고어아브라모비치도 있었으며, 그는 가족과 당원 등 50여 명의 지인과 함께 전세기에 올라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이 같은 우크라이나 탈출 행렬에 대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강하게 비난했다. 그는 정치인과 기업인에게 24시간 내 귀국할 것을 촉구했지만 반응은 미지근한 상황이다. 그는 부인을 포함해 자신의 가족들은 우크라이나를 떠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긴장 상태가 높아지자 외교관과 대사관 직원들을 비롯한 자국민들을 탈출시키고 있다.
항공 노선도 잇따라 중단되거나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네덜란드 항공사인 KLM은 지난 주말 우크라이나로 향하는 노선 운항을 중단했다. 독일 항공사인 루프트한자도 우크라이나행 노선 운항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민간 군사훈련에 참여한 우크라이나 민간인들 [로이터 = 연합뉴스]
이 같은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시민들은 총을 들고 민방위 전투 훈련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영국 ITV뉴스에 따르면 79세 고령의 여성도 이 민간 전투 프로그램에 참여해 "무슨 일이 생기면 집과 도시, 아이들을 지키겠다"면서 "난 총을 쓸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민간 전투 프로그램에 어린아이를 데려온 부모들도 있었다. 이들 중 한 명은 "아이가 모든 일을 어떻게 하는지 알았으면 한다"고 참여 이유를 설명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사격 훈련은 물론 무기 조립과 해체, 탄약 장전법 등을 익힌다. 이들은 러시아 침공에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각오다.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이 러시아의 침공 날짜로 예상한 오는 16일을 '단결의 날'로 선포하고 "전세계에 우리의 단결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날 우크라이나 곳곳에서는 국기가 게양되고 오전 10시엔 국가가 제창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군인과 국경수비대원 임금을 인상하기로 했다.
[배윤경 매경닷컴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