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반복된 봉쇄 조치에 따라 세계 곳곳에서 가정폭력이 심해지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30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여러 국가에 봉쇄령이 내려지면서 국가별 가정폭력 대응 핫라인이 폭증했다고 밝혔다.
중국 후베이성에서는 지난해 1월말 해당 지역이 봉쇄에 시작된 직후 가정폭력 보고가 거의 두 배로 늘었다. 스페인의 가정폭력 핫라인 전화는 18%, 국영 웹사이트 이용률은 270% 증가했다.
지난 9월 실시한 남녀평등을 위한 유엔기구의 설문조사 결과 요르단을 포함한 중동지역 13개국에서 10명 중 7명의 여성이 "봉쇄 이후 가정폭력이 늘었다"고 답했다. 여성 4명 중 1명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가정이 안전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가정폭력 증가는 여성의 경제력 상실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 WP의 분석이다. 코로나19로 경기 불황이 지속됨에 따라 여성 실직자가 늘어났고 재취업이 어려운 상황이 되자 가정 내에서 남성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경제력을 잃은 여성은 가정폭력을 당해도 빠져나갈 수 있는 여력이 낮아졌다. 이에 여성들에게 코로나19와 함께 가정폭력이 뉴노멀이 됐다고 WP는 전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대다수의 국가는 여성을 위한 보호소 운영이나 법률 서비스 제공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WP에 의하면 현재 세계에서 코로나19 대책에 가정폭력 피해자를 위한 구제책을 포함한 국가는 거의 없는 상황이다.
WP가 전한 요르단 여성 움 자이드(가명·30)의 사례를 보면, 그는 아이돌봄 전임교사로 일하다 코로나19에 따른 국가적 봉쇄조치가 장기화하면서 실직했다. 이후 재택근무를 시작한 남편과 집에서 온종일 함께 지냈다.
함께 지내는 동안 자이드의 남편은 지난 셀 수 없을 정도로 자이드의 얼굴과 머리를 때리고 팔을 부러뜨렸다. 두 자녀는 자이드를 때리고 있는 남편을 막아서며 "엄마를 때리지 말라" 소리치기도 했다. 하지만 자이드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나도 아프지 않다"며 아이들을 방으로 들여보내는 것 뿐이었다.
자이드는 "내가 집을 나가면 아이들은 고생하고 가족 전체가 망신을 당한다"면서 "나 혼자 참는 게 유일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 상황은 바뀔 것 같지 않아 너무 슬프다"고 털어놨다.
이에 요르단의 여성국가위원회 사무총장인 살마 님스는 "여성이 불신할 수밖에 없는 사회 시스템과 통념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요르단은 가정폭력 가해자에 대한 처벌보다 "다시는 때리지 않겠다"고 서약하면 법적 책임을 피해갈 수 있는 합의 절차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이다.
또 요르단의 경우 가정폭력을 피해 보호소 등으로 거처를 옮긴 여성은 양육권을 뺏기고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히는 경우가 많다. 살마 님스 사무총장은 "팬데믹이건 아니건 이런 문제들이 쉽게 바뀔 것 같진 않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전했다.
[김정은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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