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시아 국가 정상들이 모이는 아세안 정상회의에서 미얀마 군사정권 참석을 불허하자, 미얀마 군부가 "미국과 EU의 간섭 때문"이라며 결정을 비판했다. 17일 BBC의 미얀마어 매체에 따르면 조 모 툰 군정대변인은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아세안 지도자들에게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이 정상회의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압력을 가했다고 주장했다.
조 모 툰 대변인은 "외세 개입은 여기서도 볼 수 있다"며 "이전에도 일부 (아세안)국가 사절들이 미국 국무부와 접촉했고, EU로부터 압력을 받았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군정 외교부는 성명을 내고 "미얀마는 아세안 외교장관 회의 결과에 극히 실망했고, (이에)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아세안 정상회의는 이달 26~28일 온라인으로 열릴 예정이다. 회의 개최에 앞서 아세안 외교장관들은 지난 15일 화상 회의를 열고 이번 회의에 흘라잉 최고사령관 참석을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세안 의장국인 브루나이는 16일 "전날 회의에서 미얀마의 정치적 대표를 참석시키는 문제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며 불허 결정을 알렸다. 일부 국가들이 지난 4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 이후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아세안이 합의한 사항에 대해 군부정권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점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은 흘라잉 사령관 대신 비정치적 대표를 회의에 초청하자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세안은 지난 4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로 인한 유혈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즉각적인 폭력 중단, 특사 파견 등 5개 사항에 대한 합의를 채택했다. 당시 회의에는 흘라잉 총사령관도 참석했으나, 이후에도 합의와 달리 군경에 의한 시민 학살 등 유혈 참사가 이어졌다.
최근 에리완 유소프 아세안 특사가 쿠데타 직후부터 가택연금 중인 아웅산 수치 국가고문을 만나게 해달라고 요청했는데도 군정이 이를 거부했다. 이 점도 아세안의 미얀마에 대한 반감이 높아진 이유다.
미얀마 군부는 지난해 치른 총선이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며 지난 2월1일 쿠데타를 일으켰고, 이후 이를 비판하는 시민과 반군부 세력을 무력으로 탄압해왔다. 인권단체인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쿠데타 발생 이후 무력탄압으로 1178명이 사망했다고 집계했다.
[이유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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