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인드' 집단 고래 사냥 전통이 아직까지 이어져
사냥 지지하는 주민들도 '충격'
돌고래 사냥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페로 제도에서 하루 만에 돌고래 1400여 마리가 학살당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습니다.사냥 지지하는 주민들도 '충격'
해양 환경보호 단체인 '씨 셰퍼드'(Sea Shepherd)는 해변에 돌고래 사체가 빼곡하며 바닥이 피로 물든 현장 사진을 트위터에 게시하며 지난 12일 페로 제도에서 대서양낫돌고래 1428마리가 사냥당했다고 밝혔습니다.
페로 제도는 노르웨이와 영국과 아이슬란드 사이에 위치하고 있는 섬으로, 내셔널 지오그래픽 선정 가장 아름다운 섬 1위로 뽑히기도 했습니다.
아름다운 풍경과 달리 페로제도에서는 '그라인드(grind)'라고 불리는 대규모 고래사냥 전통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척박한 토양과 기후 속에서 페로섬 주민들이 먹고 살기 위해 해야만 했었던 집단 고래사냥이 전통 축제로 자리잡은 것입니다.
'그라인드'라고 불리는 대규모 고래사냥 전통으로 희생된 돌고래들 / 사진=씨 셰퍼드 홈페이지
매년 7-8월이면 이 때문에 페로섬의 바다는 핏빛으로 물듭니다. 매년 평균 600마리가량의 들쇠고래와 수십마리의 대서양낫돌고래가 사냥당하는데, 선박들이 돌고래 무리를 해안가로 몰아 넣은 후 사냥꾼이 특수 제작된 칼로 좌초된 돌고래의 척추를 자르는 방식입니다. 도살부터 고래 처리까지 전 과정을 아이들도 함께하며, 도살한 고래의 고기와 지방 등을 주민들에게 골고루 배분하는 방식으로 알려졌습니다.
씨 셰퍼드는 이번 사냥을 두고 1일 단위로 페로 제도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돌고래 사냥인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하루 만에 1년 평균치의 2배를 상회하는 무더기 고래목 사냥이 이뤄지자 사냥을 지지하는 지역 주민들 역시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페로 제도 포경협회 관계자는 "돌고래 무리를 200마리 정도로 예상했다"면서 "돌고래를 죽이는 단계에 들어섰을 때 사냥꾼들은 이 무리의 진짜 규모를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태는 큰 실수였으며 많은 사람이 이번 일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이번 사태에 대해 페로 제도 정부가 승인한 합법적 사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씨 셰퍼드는 사냥이 이뤄진 지역의 그라인드 감독관이 이번 사냥에 대해 통보 받은 것이 없으며, 그라인드 참가자 다수가 관련 자격이 없는 것으로 추정되기에 사냥이 위법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라인드에 참가하려는 사냥꾼들은 돌고래가 고통을 느끼지 않도록 빠르게 죽이는 훈련을 받았다는 증명서를 소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씨 셰퍼드는 현장을 촬영한 영상에서 연안에 놓인 돌고래들이 여전히 죽지 않고 움직이는 모습이 보였다며, 관련 훈련을 받지 않은 사냥꾼들이 그라인드에 참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한편 국제청원사이트에선 잔인한 고래사냥 축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청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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