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식품업체인 네슬레가 자사 식음료 제품 중 60% 이상이 건강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하며, 일부 제품은 어떤 혁신을 거치더라도 건강한 음식이 되지 못할 거라는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달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슬레 최고위 경영진들만 열람하도록 작성된 내부 문건을 확보해 이같이 보도했다.
문건에 따르면 네슬레 식음료 제품 중 반려동물 사료, 전문 의료용 영양제품 등을 제외했을 때 매출의 37%를 차지하는 식음료 제품들만 호주의 건강 별점 분류 시스템 상 건강한 것으로 분류됐다. 이 시스템은 식음료 제품에 별점 5점 만점 기준으로 점수를 매기며, 식품접근성재단(Access to Nutrition Foundation) 등 국제 단체에서 공식 자료로 사용되고 있다.
네슬레는 별점 3.5점 이상을 받아야 건강한 식음료로 분류할 수 있는데, 매출 기준으로 자사 식음료 제품 중 37%만이 3.5점을 넘겼다고 문건에서 밝혔다. 네슬레의 식음료 포트폴리오 기준으로는 전체 제품 중 70%가 별점 3.5점에 못미치는 점수를 받았다.
특히 순수 커피를 제외한 음료의 96%, 과자와 아이스크림의 99%가 별점 3.5점 기준을 넘기지 못했다. 반면 생수는 82%, 유제품은 60%가 3.5점 이상을 받았다. 분석 대상에서 네슬레 연간 매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유아 제품, 애완동물용 식품, 커피 등은 제외됐다.
문건은 "우리는 제품을 크게 개선했지만, 규제 압력과 소비자 요구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환경에서 우리 포트폴리오는 여전히 건강에 대한 외부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했다"고 밝혔다.
네슬레는 보도가 나간 뒤 성명을 통해 "우리의 영양·건강 전략을 업데이트하기 위한 전사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우리는 지난 20년간 우리 제품에 들어가는 설탕과 나트륨을 상당히 줄였고, 특히 최근 7년동안에만 그 양을 14~15% 가량 줄였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 포트폴리오가 더 맛잇었지고 건강해질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네슬레는 제품의 영양가, 성분에 대한 내부 규정을 개정해 올해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브베에 본사를 둔 네슬레는 세계 최대 식품회사로 킷캣(초콜릿), 마일로(초코 음료), 페리에(탄산수), 커피메이트(커피용 크림), 네스프레소(캡슐 커피) 등 다양한 브랜드를 보유하고 있다.
[김제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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