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가까이 전국적인 총파업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콜롬비아의 SNS에 K팝 스타들의 사진이 도배되고 있습니다.
콜롬비아 언론 등에 따르면 이번 시위에서 K팝 팬들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 계기는 이달 초 알바로 우리베 전 콜롬비아 대통령이 올린 트윗입니다.
이반 두케 현 대통령의 멘토이기도 한 우리베 전 대통령은 당시 트위터에서 "시위 현장에서 군경이 무기를 사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말했습니다.
콜롬비아 시위에선 경찰의 강경 진압 속에 민간인이 40명 넘게 숨졌고, 경찰의 과도한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도 거세진 상황이었습니다.
경찰 폭력을 옹호한 우리베 전 대통령의 트윗은 결국 폭력을 조장할 수 있다는 이유로 트위터에 의해 삭제됐습니다.
이에 K팝 팬들이 뛰어들었습니다.
이들의 게시물엔 "파업은 이제 그만", "우리 경찰을 지지한다", "봉쇄를 멈춰라" 등의 해시태그가 붙어있습니다.
얼핏 보면 K팝 팬들이 콜롬비아의 시위를 반대하고 경찰을 응원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 반대입니다.
우리베의 발언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반대로 우리베 지지자들을 중심으로 시위대를 증오하는 여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리 '방해 공작'에 나선 것입니다.
이들의 화력 덕분에 시위 반대 해시태그가 단숨에 트렌드 상위로 뛰어올랐지만, 이 해시태그를 클릭한 사람들이 보게 되는 건 시위를 반대하고 경찰을 지지하는 게시물이 아닌 K팝 스타들의 사진이었습니다.
콜롬비아 언론들은 우리베 지지자들의 해시태그를 무력화한 K팝 팬들의 화력을 일제히 보도했습니다.
한편 현재 콜롬비아에선 이반 두케 대통령의 세제개편안에 반발해 수도 보고타아 메데인, 칼리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시위가 진행중입니다.
시위대의 거센 반발에 놀란 정부가 지난 1일 세제개편 계획을 철회했지만 시위는 빈곤, 불평등, 만연한 부패와 범죄 해결 대책, 교육 및 의료제도 개선 등의 요구로 확대되며 이어지고 있습니다.
시위는 노동자 주도로 시작돼 젊은 층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시위 현장에서 K팝 팬들이 온라인 영향력을 과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9년 10월 칠레 불평등 항의 시위 당시에도 K팝 팬들이 트위터에 "칠레는 깨어났다" 등 지지 트윗을 많이 올렸고, 이후 칠레 정부는 시위 사태에 영향을 미친 세력 중 하나로 K팝 팬들을 지목한 보고서를 내놨다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작년 미국 인종차별 항의 시위 당시에도 '백인의 생명도 중요하다' 등과 같은 시위를 비꼬는 해시태그에 K팝 사진과 영상을 붙여 시위 반대 여론 확산을 방해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뉴스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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