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유명 사립학교에 성폭력 문화가 만연하다는 피해 제보가 늘어나고 전국적으로 사태가 확산하면서 정부도 대응에 나섰습니다.
현지시간으로 어제(30일) 더 타임스, BBC, 가디언 등 영국 언론에 따르면 교내 성폭력 피해를 제보하는 웹사이트 '에브리원즈 인바이티드'에 게시물이 1만 건이 넘었습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세계적으로 유명한 엘리트 사립학교들에서 벌어진 성폭력이나 해당 학교 학생이 관련된 사건 제보가 주를 이루지만 유명 공립학교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 사이트에는 강간부터 온라인 성폭력, 동의 없는 사진 공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더듬기까지 다양한 피해 사례가 익명으로 올라옵니다.
중등학교(세컨더리)나 대학교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글을 올리면서 대체로 학교 이름 정도만 공개합니다. 더 어릴 적 피해 사례가 올라오기도 합니다.
한 여학생은 "15살 때 친구들과 파티를 하던 중 완전히 취했다. 18살 남학생 두 명이 나를 화장실로 끌고 갔다. 한 명이 나간 뒤 다른 한 명은 그대로 나를 성폭행했다"고 폭로했습니다.
그는 "화장실 문 밖으로 나와 '강간당했다'고 외치자 파티는 깨졌고 모두가 쫓겨났다. 친구들 모두 내 잘못이라며 나를 미워했다. 다음 날 그들은 '내가 모든 사람의 밤을 망쳐 놓았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보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다른 제보도 있습니다. 햄튼스쿨 학생을 가해자로 지목한 여학생은 "햄튼스쿨 9학년 학생이 내게 나체 사진을 계속해서 요구했지만, 당시 나는 그를 믿고 좋아했다"며 "스냅챗 사진을 캡처할 수 있는 앱이 그의 휴대전화에 깔려 있다는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듣기 전까지는 모든 것이 괜찮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그는 "그가 친구들과 내 사진을 공유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완전한 모욕이었다"며 "그는 내게 또다시 나체 사진을 보낼 것을 요구했지만, 나는 거부했다. 그에게 '사진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고 말했지만, 그는 부인했다. 몇년 후 그는 사실을 인정하고도 웃어 넘겼다"고 말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동성 간 성추행 증언도 나왔습니다. 한 폭로자는 "기숙사에서 두 살 많은 동성 상급생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그는 또 다른 피해자가 나타날 때까지 웃어넘겼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성을 성추행한 가해자가 스스로를 '동성애자'라며 변호했다는 주장도 있었습니다. 해당 사건의 폭로자는 "14살 때 학교에서 교외로 나가는데 버스 앞자리에 앉은 소년이 몸을 뒤로 젖히고 내 다리를 쓰다듬더니, 급기야 다리 사이와 가슴을 만졌다"며 "선생님에게 알렸고, 선생님은 그와 이야기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게이이며, (그런 상황을) 즐기지 않았다고 스스로 변호했다"고 떠올렸습니다.
이 사이트는 역시 사립기숙학교 재학 중 성폭력 피해를 입은 22세 여성 새러 소마가 지난해 개설했습니다.
그는 사립학교들이 평판을 신경 쓰느라 성폭력을 눈감으면서 '강간 문화'가 형성됐고 피해자들은 입을 열 수 없다고 고발했습니다.
특히 최근 런던에서 귀가하던 30대 여성 세러 에버러드가 경찰관에 의해 납치,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하며 관심이 폭증했습니다.
사립학교 학생들은 성폭력에 대응을 촉구하며 교내 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일부 학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규정위반이라고 시위를 막으려고 시도했지만 결국 속속 엄정 대응을 약속하고 나섰습니다.
정부와 정치권도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경찰을 포함해 관련 부처에서 조사에 나서는 한편 피해자 지원 방침을 밝혔습니다.
개빈 윌리엄슨 영국 교육부 장관은 전날 밤 트위터에 학생간 성폭력 의혹은 "충격적이고 끔찍하다"며 적절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야당에서도 독립적인 조사에 착수하는 한편 교내 성폭력 방지 정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 유송희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songhee9315@daum.net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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