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만 남은 상태서 심장 등의 장기가 포함된 몸통을 재생하는 낭설류(囊舌類) 바다 달팽이 두 종(種)이 발견돼 학계에 보고됐습니다.
도마뱀 등이 잘린 꼬리를 다시 만들어내는 것은 잘 알려져 있지만, 꼬리나 다리를 넘어 몸통 전체를 재생하는 동물 종이 확인된 것은 처음입니다.
생물학 저널 발행사인 '셀 프레스'(Cell Press)에 따르면 일본 나라(奈良)여대 생물과학과 유사 요이치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바다 달팽이 '엘리시아 cf, 마르기나타'(Elysia cf. marginata)의 자기 절단에 관한 연구 결과를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를 통해 발표했습니다.
연구팀은 오늘(9일) 국제 학술지 '커런트 바이올로지'에 "바다 달팽이가 스스로 목을 자르고 나중에 머리에서 다시 몸이 재생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습니다.
유사 교수 연구실의 박사과정 연구원 미토 사야카는 "자기절단 뒤 머리 부위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면서 "심장과 다른 중요 장기가 떨어져 나가 곧 죽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몸통을 완벽하게 재생해내는 것을 보고 또 한 번 놀랐다"고 했습니다.
달팽이는 수일 만에 머리 부위의 절단면이 아물었으며, 자기절단 1주 뒤 심장을 만들기 시작해 3주 만에 몸통 재생을 완료했습니다.
머리 부위는 자기절단 직후부터 움직였으며, 더듬이가 달린 머리는 몸통과 분리된 뒤에도 움직이고 먹이까지 먹었습니다.
몸통 역시 목이 없어진 상태에서도 심장이 계속 뛰었습니다. 하지만 머리와 달리 몸통은 결국 살이 썩기 시작했다고 연구진은 밝혔습니다. 논문 1저자인 사야카 미토 연구원은 "머리는 뇌와 먹이를 씹는 치설(齒舌)처럼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을 갖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연구팀은 엘리시아 바다 달팽이 종이 어떻게 몸통을 재생하는지까지 규명하지는 못했으나 달팽이 머리 부위의 절단면에 줄기세포와 같은 만능 세포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자기 절단 이유도 명확지는 않으나 생식을 억제하는 기생충을 제거하기 위한 행위일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연구팀은 이와 관련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이 바다 달팽이는 먹이인 조류를 그대로 소화하지 않고 엽록체를 분리해 광합성에 활용함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이른바 '도둑색소체'(kleptoplasty) 종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런 독특한 광합성 능력이 자기 절단 이후 몸통이 재생될 때까지 생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미토 연구원은 "달팽이의 머리에서 떨어진 몸통이 수개월까지 살아서 움직여 도둑색소체의 기능과 구조를 장기와 조직, 세포 단위에서 연구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낭설류의 도둑색소체 연구가 대부분 유전자 분석이나 개체 수준에 그쳐있어 이런 수준의 연구는 거의 전무하다"고 덧붙였습니다.
[ 문희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mhw48@naver.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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