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가기 위해 중미 온두라스에서 출발한 이민자들이 과테말라의 '철벽 방어'에 막혀 북상하지 못한 채 발이 묶였습니다.
현지시간으로 그제(17일)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이날 과테말라 남동부 바두 혼도 인근 도로에서 이민자 행렬과 과테말라 군경이 충돌했습니다.
과테말라 정부는 물리력을 동원해 이민자들을 저지했고, 2차 저지선이 될 멕시코도 국경 통제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군경은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이들을 저지하다가 저지선이 무너지자 최루탄을 던지고 곤봉을 휘둘렀습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이민자들이 다치기도 했습니다. 머리를 다쳐 붕대를 감은 한 부상자는 "우리는 중남미 형제들이다, 그저 문제 일으키지 않고 이곳을 통과하고 싶을 뿐"이라고 호소했다고 AP통신은 전했습니다.
이들 이민자는 지난 15일 온두라스 산페드로술라에 모여 출발한 올해 첫 '캐러밴'입니다. 캐러밴은 고국의 폭력과 빈곤 등을 피해 미국으로 가기 위해 무리 지어 걷거나 화물차 등에 올라타 수천㎞를 이동하는 이민자 행렬을 가리킵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 출범을 앞두고 출발한 이번 캐러밴은 힘으로 밀어붙여서 '1차 관문'인 과테말라 국경 경비를 뚫었습니다.
과테말라는 이민자들이 더 전진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 부근 고속도로에 군인과 경찰을 대거 배치한 후 최루가스와 몽둥이를 동원해 이민자들을 차단했습니다.
과테말라 당국이 저지에 나선 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우려도 한몫했습니다. 과테말라 정부는 코로나19 음성 확인서 등 필요 서류를 지참하지 않은 온두라스인의 국경 통과를 허용할 수 없으며 무력을 사용해서라도 막겠다는 입장입니다.
이번 캐러밴은 미국까지 수천㎞를 걸어서 가는 것도 불사하겠다며 출발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국경 정책을 뒤집겠다는 바이든 당선인의 공약에 "미국까지 가자"며 의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최근 1∼2년 사이엔 번번이 북상에 실패했던 중미 이민자들은 조 바이든 미국 정부가 들어서면 미국의 이민정책도 더 유연해지길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민자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20일 취임하면 굳게 닫혔던 미국 문이 다시 열리길 기대하고 있지만, 당선인 측은 "미국 국경에 와도 소용이 없다"며 당장 이민자들에게 문을 열 계획은 없음을 시사했습니다.
익명의 바이든 인수위원회 관계자는 NBC 방송 인터뷰에서 "국경 정책은 하룻밤 사이에 바뀔 수 없다"면서 "지금 와도 입국할 수 없으니 오지 말라"고 했습니다.
앞서 바이든 당선인의 고문인 수전 라이스 전 국가안보보좌관도 지난달 스페인계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국경이 완전히 개방될 것이란 말을 믿어서는 절대 안 된다"며 "그렇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현지 매체들은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포용적 이민 정책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논평했습니다. 바이든 당선인은 취임 첫날 의회에 이민법 개편안을 제출할 계획입니다.
[ 문희원 디지털뉴스부 인턴기자 / mhw48@naver.com ]
기사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