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14일(현지시간)부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정상생활 복귀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백신 접종이 시작되더라도 정상생활 복귀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백신의 부작용 등 안전성 논란이 여전한 데다 백신 효과가 크다고 해도 집단면역이 형성되려면 인구의 80% 가량이 백신을 맞아야 해서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개발한 코로나 백신의 미국 내 접종이 시작됐다.
우선 접종대상은 의료인과 노인 같은 고위험군과 대유행이나 비상사태 시 정부의 지속적 운영을 위해 행정부와 의회, 사법부 관리들까지 포함됐다. 영국에서는 지난 8일부터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백신 관련 소식에 정상생활 복귀에 대한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백신 효과 등 소식 때마다 세계증시가 크게 상승한 점도 이런 맥락이다.
코로나에 지친 사람들은 정상생활 복귀가 이뤄지길 갈망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망한다.
백신에 대한 안전성 논란이 여전해서다. 백신에 대한 불안감이 큰 미국에서는 이달 초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이 47%에 그쳤다.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한 주민은 "백신 접종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하기 전까지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화이자 백신의 경우 95% 효능을 보였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지만 100%가 아닌 데다, 실험 과정에서 피로감, 두통, 주사 부위 통증 등 경증과 중등도 수준의 부작용도 보고됐다. 페루에서는 중국 제약사 시노팜의 백신 임상 시험에 참가한 사람 중 한 명이 신경 관련 이상 증상을 나타냈다는 보고도 나온다.
조용한 전파자인 무증상 감염자가 많은 점도 일상으로의 복귀를 늦추게 하는 요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스크립스연구소, 한국 질병관리청의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자의 40~45%는 무증상 감염자다. 이런 상황은 국내 감염자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무증상 감염자들이 대화를 하거나 기침을 할 때 얼마든지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다.
백신을 접종했다고 해도 바이러스 전파 차단을 안심할 수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미국의 소아과 의사인 다이앤 헤스 박사는 CBS뉴스와 인터뷰에서 "백신 접종자가 바이러스를 방출하는지에 대한 임상 시험 결과는 아직 없다"며 "아프지 않은 상태에서도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영국 정부 최고과학자문관인 패트릭 발란스 경도 "백신이 전 국민에게 광범위하게 접종되더라도 당분간 마스크 착용을 비롯한 바이러스 통제 조치는 계속돼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로서는 백신 접종 뒤 항체가 얼마나 유지될지, 바이러스가 변이돼도 항체가 계속 효과를 보일지 정확히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백신 접종 시간도 문제다. 국민 상당수가 접종해야 집단면역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지만 전세계적으로 백신이 확보된 나라가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곳도 있다. 언제든지 전파 가능성은 열려있는 셈이다. 미국 백신개발 최고책임자 몬셰프 슬라위는 "인구의 약 75~80%가 면역력을 가져야 집단 면역이 실제로 확립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종헌 기자 cap@mkinternet.com / 한하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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