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3일(현지시간) 미국 대선·의회 동시 선거를 앞둔 이번 주 뉴욕증시 변동성이 올들어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뉴욕증시 대표 주가 지수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종합주가 지수가 지난 한 주에만 5%넘는 하락세를 그은 가운데 '서학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를 비롯한 전세계 투자자들이 숨 죽이며 관망하는 분위기다. 미국에서는 고액 투자자들의 63%는 이미 현금 비중을 늘리는 등 포트폴리오 조정을 마쳤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민주당 조 바이든 후보가 전국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보다 10%포인트(p) 앞서고 있다는 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4년 전의 경험과 더불어 민주당이 '블루웨이브'(연방 상·하원 다수석 점유)에 실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1일 UBS는 100만달러 이상을 자산으로 굴리는 고액 투자자 1000명과 사업가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3%가 보유 자산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는 답을 내놓았다고 밝혔다. 포트폴리오를 조정했다고 답한 사람 중에서는 '현금 보유 비중을 늘렸다'는 경우가 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다른 섹터로 자산을 배분했다'(30%)와 '다른 안전 자산 비중을 높였다'(27%)는 답이 뒤를 이었다. UBS 설문조사는 지난 달 마지막 2주간에 걸쳐 이뤄진 것이다.
다만 조사에 응답한 고액 투자자들은 전반적으로 불확실성을 이유로 후퇴하기 보다는 오히려 관망하면서 추가 매수에 나서겠다는 반응이다. 전체 응답자의 약 75%가 지난 10월 들어 불거진 변동성이 오히려 투자 기회라는 답을 내놓았다. 나머지 약 25%는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금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했다. 한편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겠다고 답한 투자자들이 25%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되면 주식 보유 비중을 늘리겠다고 답한 경우가 29%였다.
주요 여론조사에 따르면 일부 경합주를 제외하고는 여전히 바이든 후보 당선과 민주당 블루웨이브 가능성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월가는 바짝 긴장한 분위기다. CIBC프라이빗자산관리는 "지난 8월부터 전화와 이메일·화상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고객과 비상 소통하면서 선거 전에 포트폴리오를 건드리려는 유혹을 피하라고 조언하고 있다"고 전했다.
뉴욕증시 흐름은 선거 결과가 확정될 때까지 단기적으로 예측 불가능하다는 것이 월가의 공통된 반응이다. 볼린웰스매니지먼트의 지나 볼린 베르나두치 대표는 "코로나19 패닉장이 펼쳐진 3월보다 대선 관련 문의가 더 많다"며 "며칠은 변동성이 큰 장세가 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앨리인베스트먼트의 린제이 벨 수석 투자전략가도 "선거에 이어 연방준비제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와 10월 일자리 보고서 발표가 이어지기 때문에 이번 주는 매우 불안한 한 주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선거 이후의 장세에 대해서는 상승세로 전환할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펀드스트랫글로벌의 탐 리 자문가는 "누가 당선되든 코로나19 추가 부양책을 내야하기 때문에 선거 후 증시가 6~12개월 상승세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캐너코드제뉴이티의 토니 드이어 연구원도 "올해 연말까지는 선거 이벤트 탓에 뉴욕 증시 변동성이 크겠지만 약세 흐름을 보이는 기간을 주식 추가 매수 기회로 활용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하지만 어쨌든 내년에는 백신이 개발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한 전망이다.
한편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점하는 경우 민주당이 내놓는 대규모 코로나19 추가 부양책과 친환경·법인세 인상·IT공룡기업 규제 정책이 상원에서 좌초될 수 있다. 반대로 데이터분석업체 모닝스타는 "바이든 후보 당선과 더불어 민주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하면 법인세 인상 정책 탓에 뉴욕 증시 시총이 9%정도 줄어들 것"이라면서도 "다만 법인세 부분에 대한 투자들의 예상이 어느 정도 반영된 상태이기 때문에 선거 직후 9%에 달하는 낙폭은 없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그간 서학개미를 비롯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하는 경우 '기술·에너지주',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는 경우 '친환경·가치주'가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예상을 해왔다. 다만 꼭 그렇지는 않다. UBS등 월가 투자은행(IB)들이 친환경 수혜 업종으로 꼽은 블룸에너지는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9일을 사상 최고가를 찍은 후 꾸준히 떨어져 지난 달 30일까지 44.85%급락했다. 플러그파워도 같은 움직임을 보여 같은 기간 24.04%급락했고 선런도 지난 달 1일 사상 최고가를 찍은 후 하락세를 면치 못하면서 34.95%미끄러졌다.
1일 투자은행 스티펠은 바이든 후보 당선과 블루웨이브가 일어나는 경우 가장 주목받는 것은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대마초·카지노·식당' 관련 주식이며, 누가 되든 상관없이 음료 등 일반 소비재 관련 주식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11월 3일은 대통령 선거인단 선출과 의회 선거 외에 뉴저지 주 등 5개 주가 대마초 합법화를 묻는 주민 투표에 들어간다.
한편 호주뉴질랜드은행(ANZ)은 2일 '외환시장 전략 보고서'를 내면서 "바이든 후보 당선 가능성은 75%, 블루웨이브는 45%이고 공화당이 상원 다수석을 차지할 가능성은 30%"라면서 "블루웨이브가 현실화되는 경우 한국 원화 가치가 대만 달러화보다 오를 여지가 높고 한국은행이 원화 강세를 용인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학개미들의 원화 환산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얘기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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