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누리꾼들이 트위터와 인스타그램 등 사회관계망서비스에서 'Cancel Korea'(한국,취소하라) 등의 해시태그(#)를 붙인 글들을 확산시키며 반한(反韓) 운동에 나서고 있다. 한 필리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플루언서의 문신이 욱일기를 연상시킨다며 우리 누리꾼이 이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일부가 인종차별적 언사를 행한 것이 원인이 됐다.
사건은 지난 6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SNS 스타 벨라 포치(Bella Poarch)가 틱톡을 통해 자신의 왼쪽 팔뚝에 있는 문신을 공개했다. 영상을 접한 한국 누리꾼들은 "밖으로 뻗어 나가는 16개의 빨간 줄무늬가 욱일기를 연상시킨다", "욱일기가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와 다른 게 뭔가. 그걸 몸에 새기다니 실망이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포치를 비판했다. 이 영상에는 160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논란이 일자 포치는 "6개월 전에 이 문신을 받을 때는 역사적 의미를 알지 못했다"며 "의미를 알게 되자마자 문신을 지우는 일정을 잡았다. 한국인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일부 한국 누리꾼은 "필리핀도 일본 식민지였는데다 본업이 군인이면서 그걸 모를 수가 있나", "문신할 때 무슨 의미인지도 안 알아보느냐"며 비판을 이어갔다. 이 과정에서 필리핀을 "가난한 나라"로 지칭하고, "필리핀인들은 작고 못 배워서 무식하다" 등의 인종차별적 발언이 나왔다.
그러자 분노한 필리핀 네티즌들이 반격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한국,취소하라' 해시태그 운동을 벌이며 한국에 대한 비판에 나섰다. 전 세계 트위터 트렌드를 분석하는 트렌드리스트(TrendListz)에 따르면 지난 9일 오후 10시 기준, 이 해시태그가 달린 게시물 수는 35만 개를 넘어섰다. 해시태그 운동에 동참한 한 필리핀 네티즌은 "나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하지만, 지금은 응원봉을 내려놓고 내 조국의 깃발을 들겠다"고 해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사건의 당사자인 포치 역시 지난 9일 본인의 트위터에 "나를 공격하는 것은 상관없다. 그러나 필리핀을 공격하고 조롱한다면 가만있지 않을 것"이라며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필리핀 현지 언론도 해당 사건을 비중 있게 보도하고 있다. 포치가 인스타그램 220만, 틱톡 158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는 유명 인플루언서인 만큼 젊은 층의 관심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또, 일부 필리핀 누리꾼이 "한국 대사관에 항의 전화를 하자"는 독려를 하고 있어 이번 문제가 자칫 한국과 필리핀 간 외교 문제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홍연우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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