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의 귀재'로 유명한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올해에도 거액 기부에 나섰다. 코로나바이러스19(COVID-19) 탓에 올해 1분기 사상 최악의 손실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버핏 회장은 '매년 기부할 것'이라는 스스로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8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올해 들어 총 29억 달러(약 3조8000억여원)어치 버크셔해서웨이 주식을 기부했다. 기부한 곳은 버핏 회장과 막역한 친구 사이로 알려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자신의 부인과 운영하는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이 대표적이다. 회장은 이번 기부금 80%를 빌&멜린다 게이츠 재단에 냈다. 나머지는 기부금은 예전 부인 이름을 딴 수전 톰슨-버핏 재단과 자신의 자녀들이 운영하는 하워드 버핏 재단, 셔우드 재단, 노보 재단 등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은 자신이 사망할 때까지 전 재산을 기부하겠다고 공언한 후 지난 2006년부터 매년 거액 기부를 해왔다. 15년째인 올해까지 회장이 기부한 돈은 전부 합쳐 370억 달러(약 44조 3000억원)에 달한다.
통큰 기부에도 불구하고 버핏 회장의 자산은 손꼽히는 억만장자다. 8일 블룸버그 억만장자 데이터에 따르면 회장 순자산은 총 686억 달러로 전세계 8위에 해당한다.
버핏 회장은 '세제 혜택을 받으려고 기부하는 것 아니냐'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 이날 성명을 내고 "기부액 1000 달러당 내가 받는 세제 혜택은 43센트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버크셔가 주주들에게 보낸 서한에 따르면 회사가 지난해 낸 세금은 36억 달러로 미국 법인세 전체의 1.5%를 차지했다.
버핏 회장은 최근 코로나19 탓에 미국 4대 항공사(델타·유나이티드·아메리칸·사우스웨스트 항공) 주식을 전량 매도하고, 주요 금융주도 대거 내다 팔았다. 지난 5월 버크셔는 '분기별 실적 보고서'를 통해 올해 1분기(1~3월) 회사가 497억 4600만 달러 순 손실을 냈고 현금성 자산을 역대 최대 규모인 총 1373억 달러 보유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회장은 코카콜라나 하인즈케찹 등 전통적인 소비재와 옥시덴털 등 에너지 주식, JP모건·골드만삭스 등 금융주를 보유해왔는데 코로나19 탓에 기존에 투자했던 에너지·금융·항공 분야 주식이 급락하자 주식 대량 매도 후 관망세를 유지해왔다. 다만 이후 이달 초 '천연가스 업체' 도미니언에너지 자산 상당 부분을 인수해 글로벌 금융시장 눈길을 끌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버핏 회장의 효자 종목은 '애플'이다. 버핏 회장은 이른바 'MAGA(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구글·애플)' 시대에도 불구하고 자신과 친한 게이츠 회장이 세운 마이크로소프나 구글 모기업 알파벳 주식을 사지 않았는데 예외적으로 애플 주식을 샀다.
지난 해 아마존 주식을 회사 차원에서 샀다고 밝힌 바 있지만 아마존보다는 애플 주식 비중이 크다. 8일 마켓워치에 따르면 버크셔는 현재 평가금액 기준 총 910억 달러 이상의 애플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는 버크셔 전체 포트폴리오(투자자산군)의 43%에 달한다.
올해 초 버핏 회장은 한 인터뷰에서 "나는 버크셔 자회사인 보험사 가이코와 철도회사 BNSF에 이어 애플을 세 번째로 큰 사업으로 생각한다"고 극찬했다. 회장은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버핏 회장이 우리 아이폰 선물을 받아준다면 내가 버크셔 본사가 있는 오마하에 달려가 사용법을 알려 드릴 것"이라고 수 차례 언급했음에도 '20달러 짜리' 삼성 구형 플립폰만 고집해왔다. 그러다가 올해 초, 쿡 CEO가 준 아이폰11으로 휴대폰을 바꿔 화제가 되기도 했다.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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